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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Apr 02. 2023

스타트업의 생태계의 겨울, 블리츠 스케일링 그리고 AI

비행기를 더 빨리 조립하면서 날개를 붙이는 일. 

1. 블리츠 스케일링이란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어가 바로 '블리츠 스케일링'입니다. 블리츠 스케일링은 링크드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이 제시한 개념으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효율과 정확성보다는 속도를 우선시하는 전략입니다. 


일례로, 이 책에서 소개된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초기 에어비앤비를 설립했을 때 유럽에서 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체가 등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큰 유럽이라는 시장 규모를 보유한 에어이비앤비(Airbnb)는 이들을 인수해야 할지, 혹은 빠른 빠른 스케일업을 통해 경쟁자를 제거해야 할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주변에 조언을 종합한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는 이들을 인수하는 대신 '블리츠 스케일링'을 통해서 경쟁자를 제거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에어비앤비에 대한 소식을 언론에서 접하고 사용도 하지만 앞선 유럽의 업체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최근 스타트업 투자의 겨울이 닥치며 이러한 '블리츠 스케일링'에 대한 회의론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투자금이나 유동성이 줄어든 겨울에는 더 이상 적합한 문법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 책을 읽고 최근에 부상하는 생성 AI 분야와도 연관하여 생각해봤습니다. 



2. 블리츠 스케일링의 체크리스트 


이 책에서 리드 호프먼은 당신의 회사가 블리츠 스케일링을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4가지의 체크리스트를 제시합니다. 


(1) 새롭고 큰 기회인가 

큰 성공을 거두려면 새롭고 큰 기회가 필요하며 시장 규모가 커야 한다.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적용해보면 향후에 아래서 다뤄볼 인공지능 기술과 더불어 향후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 헬스케어 분야 / 스마트 시티 등의 분야에서 새롭고 큰 기회가 창출될 것 같습니다. 

(2) 최조의 스케일러가 유의미한가 

퍼스트-스케일러 우위를 만들 수 있으며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임계 규모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며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사례를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가파른 학습 곡선을 가질 수 있는가 + (4) 경쟁 상황 

(3)은 가파른 학습 곡선을 가질 수 있는가 / (4)는 경쟁이 없어도 최초 스케일러의 우위를 얻고 학습곡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저는 페이스북이 META로 사명을 바꾸고 이와 더불어, 소셜 미디어를 넘어 가상현실(VR)과 같은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려 했을 때는 떠올렸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무척 냉담했죠. 그러나 최근 실적 발표에서 아직 건재함을 드러내며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경쟁이 없는 부분에서도 가파르게 학습 곡선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경쟁 상황을  페이스북은 이러한 ‘블리츠 스케일업’의 정신이 남아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 부분은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블리츠 스케일링의 회의론과 연결지어 생각해봅시다. 이전에 블리츠 스케일링을 가능하게 문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창업 이후 POC 등을 통해서 빠르게 투자를 받고 ➡  초기 투자를 통해서 사업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우며 ➡ 사용자를 늘리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여 ➡ 후속 투자를 받으며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아마존이 그러했던 것처럼 투자금 혹은 이익잉여금 자체를 성장과 확장에 쏟기에 현금 소진(Burn rate)이 위험할 정도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현재의 성장세를 통해서 후속 투자 혹은 브릿지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경제가 긴축 국면에 들어서고 최근 신용 리스크까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성장성과 더불어 효율과 안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는 블리츠 스케일링은 경제 상황이라는 거시적 계절에 상관없이 미시적 각각의 스타트업 내에서는 계속해서 유효한 문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산업 분야의 구분 없이 ‘승자 독식’은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플랫폼 경제가 되면서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부상하고 있는 생성 AI와 로보틱스 분야로 더욱 돈이 몰리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두 분야지만 위의 블리츠 스케일 전에 체크해야 하는 (1)에서 (4)까지의 기준을 봤을 때, 다른 산업에 비해서 훨씬 더 매력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생성 AI를 예로 들어 한 번 살펴봅시다.



3. 생성 AI x 블리츠 스케일링 

검증 완료?

(1) 새롭고 큰 기회인가?

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 AI 시장 규모는 2022년 101억 달러(12조 4219억 원)로 평가된다. 연평균 34.6%의 성장률을 보여 2030년에는 1093억 달러(134조 4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더불어, AI라는 개념이 학술적으로 등장했을 때에 비해서 반도체와 AWS 등의 유무형의 인프라가 AI의 대중화를 현실화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 역시 앞으로의 시장 규모에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2) 퍼스트-스케일러 우위를 만들 수 있는가

출처 = TFIPOST

마이크로소프트의 GPT의 공개에 이은 구글의 바드(Bard), 바이두의 '어니봇(Ernie Bot)'등이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2년 12월 말에 시작된 CHAT GPT는 구글이 8년, 유튜브가 2년 10개월, 인스타그램이 2년 6개월 만에 기록한 월간 사용자 수 1억 명을 2개월 만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1)과도 관련이 있지만 동시에 Bard와 Ernie Bot처럼 후발 주자는 사용자를 유인하기에 무척 어려울 것임을 입증합니다. 그래서 완벽주의에 가깝게 프로덕트를 출시하는 구글이 조금은 성급하게 바드(Bard)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사견으로 하나의 기업이 독식하기에는 너무 큰 시장이기에.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이 내놓는 생성 AI들이 점차 각 기업의 강점으로 연결되며 특화되어 시장을 특화하여 지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가파른 학습 곡선을 가질 수 있는가?

우리가 알파고에게 충격을 받은 것이 2016년이기에, GPT는 이로부터 10년도 되지 않았다. 각각 알파고는 16학번, GPT는 23학번인 셈이다. 16학번 선배는 지도학습을 통해서 바둑이라는 특정 영역을 장악했지만 23학번 후배는 비지도 학습을 통해서 특정 영역이라는 경계를 지워냈다. AI 영역을 공부하며 Web 2.0은 이러한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 역할을 다했다는 견해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플랫폼 경제가 되며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상했다면, AI 등이 실질적으로 대중화되는 시점에 데이터는 기업의 탄알이 되지 않을까.



(4) 경쟁 상황

대부분의 가장 성장이 빠른 분야는 가장 경쟁이 치열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현재의 GPT와 같이 포괄적인 영역을 아우르는 모델들에서 UI/UX를 개선한 모델들이 등장하다가 점차 그림을 그리는 AI처럼 특정 영역에 특화된 AI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외국어를 전공하다 보니, 이 부분에서 격세지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예전저 구글번역기/파파고가 등장하기 이전의 번역 애플리케이션은 그렇게 크게 유용하지도 않았고 기초적인 오류 역시 많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 둘처럼 언젠가는 '판을 뒤집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빠른 행동과 성장이 경쟁 위협을 줄일 것이고 AI 분야에서도 조만간 ‘무어의 법칙’과 같은 것이 나오고 이를 또 돌파해나가는 기업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4. We Will find a Way.We always have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끝의 시작조차도 아닙니다. 차라리 시작의 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SVB부터 시작해, CS, 도이치 뱅크까지의 일련의 사태를 보며 저는 처칠의 연설에서 저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좌절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최근 자전거를 타면서도 느낀점이지만 여정을 시작했다면, 특히나 빠르게 가고 있었다면 중간에 멈추는 것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양한 기업이 공존하는 인더스트리와 흡사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일중독인가요) 다양한 기업이 다양한 속도와 방벙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추월을 하는 자전거도, 뒤쳐지는 자전거도 커브 구간에서 넘어지는 자전거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여정의 속성이며, 자전거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게도 가장 위험한 것은 어쩌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며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긴축도 이어지겠지만 우리의 여정도 이어져야합니다. 


매분기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등에서 발간해주시는 리포트를 보면, 스타트업 생태계에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줄었다는 지표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면밀하게 살펴보면 Series C, Series D 등의 큰 규모의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엑시트까지 여유가 있는 Series A와 Seed 등의 초기 라운드 투자는 전체 투자 감소폭을 감안했을 때 한 자릿수 초반대의 감소율에 그쳤고 오히려 투자 금액은 상대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출처 = The VC

전 유년시절에 밭에 농사를 도왔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파종을 위한 완벽한 시기는 오지 않으며 항상 조금 빠르게 시작해야했습니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초봄 즈음에 누군가네 밭은 이미 시작했다더라는 것이 가장 큰 마을의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준비를 시작하면 이미 늦죠. 특히나 요즘 농촌에서는 그렇게 되면 인력이 부족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주식 투자를 하며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농부는 아무리 급해도 내년에 파종할 종자까지 팔거나 먹지 않는다’라는 말입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빙하기에 좋은 AC/VC사와 스타트업의 인연은 이전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더 중요해지고 각별해질 것 같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은 블리츠 스케일링의 저자가 블리츠 페일링(Failing)을 막기 위해서 마켓과의 Fit을 강조했던 것처럼 시장적합성과 꾸준함이 중요해졌으며, AC/VC 사들 역시 이들을 잘 알아보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이전보다 더 많이 학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리츠 스케일링의 성장성만 강조되었지만 결국 블리츠 스케일링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며,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10년 이상의 경험이 없는 대부분에게 이러한 환경은 처음 맞이하는 세상이다.


블리츠 스케일링의 성장성만 강조되었지만 결국 블리츠 스케일링은 결과가 아닌 과정입니다. 지속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것으로, 현재와 같은 긴축 국면에서는 어떤 방정식이 유효할지 생태계가 학습해 나가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의 DT 트렌드와 책에서도 소개되는 대기업의 블리츠 스케일링도 여러 방면으로 시도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현금 유보율이 높거나 안정적인 캐시 플로우가 확보된 대기업의 경우에는 민첩하거나 빠르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케일업을 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저는 기업/투자와 관련한 책을 개인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읽고 있습니다. 이  블리츠 스케일링 역시 당연하지만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은 창업가가 블리츠 스케일링을 시도하려고 하더라도 재무적/인적 요인 등의 경영상의 이유로 혼자서 결정하기가 어렵고 이어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성장은 위와 같은 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습니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던 것이 2019년이며, 거의 시작하자마자 코로나로 인해서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때 당시는 '매우 힘들었지만'이라는 표현으로 모두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경험'의 측면에서는 엄청난 자산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세상이, 생태계가, 시장이 어떻게 변모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섣부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학습과 경험의 관점에서는 이 시기를 겪은 사람과 겪지 않았던 사람의 차이는 무척 크다는 것입니다. 위의 4가지 체크리스트와 더불어, 책에 소개된 ‘언제나 뒤집을 기회 온다’라는 것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아 저 역시 블리츠 스케일링을 이어나가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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