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함께한 두 달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Es irrt der Mecsch, solange er strebt)
「파우스트」 中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내 한 해를 돌아본다. 이전 글 '붕어빵을 구우며'가 사회 이슈를 종합한 글이었다면 이 글은 내 개인적인 글이다. 올해 5월 초까지 나는 공인노무사 시험에 매진했었다. 반년 가까이 한 공부였지만 포기하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다가오는 시험일과 함께 오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내 그릇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생각도 들었다. 하루하루가 포기로 빚어진 상실감과 우울에 찬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책을 읽기 시작했고 조심스럽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연하게 만난 지인이 감사하게도 브런치를 소개해주었다. 반신반의하며 작가 신청을 했는데 운이 좋아 덜컥 붙었다. 더 열심히 써보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여 지금까지도 더 좋은 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을 써왔던 2달간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장하기도 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충고와 질책으로부터도 많이 배우고 있다. 그리고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많이 돌아보고 고민하며 성장한다. 그래서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한 해 글을 돌아보려 한다.
'현의 노래'는 나의 첫 글이었다.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마치 마음에 드는 이성을 처음 본 듯 글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툴다. 지금의 내가 보더라도 문장이 거칠고 논리도 성글다. 책의 뒤편에 있는 해설조차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 김훈의 언어가 그대로 나열되었다.
'소년이 온다'는 아직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이 생생한 책이다. 쉽사리 읽어 넘기지 못하는 문장도 많았던 책이다. 하지만 그 감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글을 썼다. 글 속에서 나는 탄성만 자아냈고 벌렸던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로 나의 말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 두 글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 까닭은 작가에게 너무 많이 의존한 탓이다. 아쉬움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이에 반해 최근의 두 글 '검도와 글'과 '붕어빵을 구우며'는 내 관점에서는 위 두 글과 전혀 다른 글이다. 나는 이 글들을 써 내려갈 때 내 첫 책의 서문을 써내려가는 마음으로 썼다. 더 이상 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았다. 위태롭고 서툴기도 하지만 내 두 손을 두 발로 삼아 내 글이 첫걸음마를 뗀다.
그 시도 자체에 난 박수를 아낄 생각이 없다. 내년에도 처음 걸음마를 떼었을 때를 떠올리며 그 심정으로 글을 쓸 것이다. 내 두발이 온전히 지면에 닿는 질감을 충분히 느끼며. 아직은 옹알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당신에게 서툴게라도 말을 건네려 치열하게 나는 시도하겠다.
이제 인생에서 얕은 둔덕 하나를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둔덕을 내려가며 보니 주변이 온통 거대한 산이다. 산맥도 보인다. 나는 구태여 나를 높은 산 정상으로 이끌고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럴 그릇이 안되기도 하지만 정상에서 홀로 외치는 '야호'는 나만의 것이다. 뿌듯함과 성취감에 젖은 그 음성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그보단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하며 글을 써내려 가려한다. 앞으로의 글에 대한 포부이자 그 글로 빚어갈 내 인생의 출사표이기도 하다.
스물네 편의 글과 좋은 추억만 남기고 2017년을 기쁜 마음으로 보내려 한다.
매일 매일 정복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이 자유로운 곳에서 자유로운 민중들과 함께 하리라. 이 순간에 말하리라.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Verweile doch! du bist so schön!)
「파우스트」마지막 구절
노래 한 곡을 소개해 드리며 송년 인사를 대신코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