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선생님

내가 선생님이 맞긴 한지 실감이 안 나

by 감자비버

'선생님!'

누구, 저요?

아직 이 호칭이 어색하기만 하다. 누군가에게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보여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학교에 간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나는 진로 고민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 갖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게 꼭 맞는 직업을 찾아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꼭 맞는 직업'이라는 건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겠으나 20대 초반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시간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데,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직업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까운 나의 시간을 버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오면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고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을 글로 적는 게 날 행복하게 했다. 이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학도 그 직업과 관련된 학과를 선택했고 그 전공으로 교환학생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그 길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길이 내게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의 성격과 능력은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그들에 비해 나는 비교적 조용하고 소심했으며, 화려한 인턴 경력과 거침없는 행동력을 가진 그들과는 달리 나는 대학을 그저 즐겁게만(?) 다닌 축에 속했다. 이 직업을 선택한다면 내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겠다, 아니 발휘한다고 해도 나는 이 일을 잘 해낼 수 없겠다, 즉, 내 시간이 버려지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그리고 대학 3학년 때까지 꿈꿔왔던 진로를 놓아주면서 극심한 진로 고민을 겪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그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그 의미를 잃으면서 마치 내게는 알알이 꿰어진 목걸이가 끊어져 구슬을 쏟아낸 빈 실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해야 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 하나둘 면접 정장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래, 나라고 특별할 것이 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력서에 적는 그 세 글자, '회사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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