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기억하는 방법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니 담임 선생님이 바뀐 적이 있어요.
1학기 때 담임 선생님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에 합격한 20대 선생님이었어요.
13살 저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어른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제가 그 선생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이 들어버렸네요.
그때 선생님의 큰 키와 울림이 있던 목소리가 기억이 나요.
선생님은 주로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오셨는데, 가끔씩은 긴 머리를 위로 올려 묶었던 것도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은 매일매일 예쁜 옷을 입고 오셨어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네요.
원피스를 좋아하셨던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다른 색의 원피스를 입고 오셨어요.
그중 연두색의 원피스는 마치 <빨강 머리 앤>에 나오는 다이애나가 입을 것처럼 공주 드레스 같았어요.
그 선생님이 몸이 아파 학교를 잠시 떠나시고 우리 교실에는 새로운 선생님이 찾아오셨죠.
새 선생님은 저희 엄마와 비슷한 나이 같았는데, 어린 나이였던 제 눈에도 굉장히 노련해 보이셨어요.
친구들이 선생님께 짓궂게 말하거나 버릇없게 행동할 때도 선생님은 늘 차분하셨고
문제를 맞닥뜨려 어려워하고 있으면 선생님은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어요.
그 선생님의 성함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선생님의 모습을 그리라고 하면 지금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늘고 고운 얼굴선을 갖고 계셨고 얼굴은 하얗지도 검지도 않은 빛이었어요.
안경은 쓰지 않으셨고 머리는 짧게 잘라 단발머리보다도 짧은 길이였고요.
거기에 가장 인상 깊은 건, 바로 그 선생님의 원피스예요.
1학기 때의 담임 선생님이 원피스를 자주 입으셨던 것처럼 2학기의 선생님도 원피스를 좋아하셨는데,
2학기의 선생님은 항상 같은 옷을 이틀씩 입으셨던 것이 기억이 나요.
그 선생님과 함께 했던 추억들은 이제 거의 지워졌는데 이상하게도 이런 것들만 기억이 나네요.
이처럼 누군가의 인생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두려운 일이기도 해요.
그 아이의 삶에 다시 펼쳐보고 싶은 추억이 될지, 아니면 평생 곱씹을 쓰디쓴 안주거리가 될지 모르니까요.
1명의 선생님과 30명 남짓한 아이들, 고작 1년의 시간을 함께 할 뿐이지만 저의 겉모습부터 말과 행동 하나까지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를 고민하고 또 돌아보게 돼요.
그 아이들이 10년, 20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도 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저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요?
그 아이들이 저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말과 행동, 생각과 신념을 떠올릴 때마다 잔잔히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