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學校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

by 감자비버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다.

당연한 말이다.

학교는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곳, 말 그대로 배울 學(학)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배움이라는 것이 교과서를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학교에 와서 종종 느낀다.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1. 사람들 속에서 튀지 않는 법을 배운다.

개성이 있어야 살아남는 시대에 이렇게 구시대적인 가치를 학교에서 배운다고?

여기서 말하는 '튀지 않는 법'은 개개의 학생들이 꽃피워야 할 나만의 것-의 의미가 아니다.

바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학기 초 아이들을 다 파악하지 못했을 때 한 아이가 교실에서 물병을 계속 던지며 놀았다.

안에는 물이 들어 있어 꽤 묵직했고 그것을 책상 위로 던져 똑바로 세우기 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수업 시간까지 이어진 놀이에 나는 잠시 그 아이를 그대로 두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잠시 후 놀랍게도 스스로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내게 "안 할게요, 선생님. 다른 애들이 다 쳐다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이 그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조용한 교실에서 수업 중에 장난을 치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거슬린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누가 무어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그 행동을 그만둔 것이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2. 타인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법을 배운다.

학생의 눈으로 선생님을 볼 때면 선생님은 그 무엇이든 해내는 슈퍼맨 같았다.

어려운 것도 힘든 것도 곤란한 것도 없어 보였고,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어른이니까 무엇이든 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막상 그 '선생님'이 되어보니 선생님도 어렵고 서툴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이 존재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놓였을 때, 마음먹은 대로 수업과 활동이 되지 않을 때, 폭력적인 학생의 행동을 마주해야 할 때...


그럴 때 아주 소수이지만, 선생님의 일을 조용히 거들어주는 학생들이 있다.

환기를 위해 교실 창문을 열고 있으면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서 창문을 연다거나,

화분 심기를 할 때 땅에 쏟아진 흙을 함께 주워 담는다거나,

'선생님 힘내세요.' 한 마디를 속삭여준다거나.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도 가끔씩은 사람이라 그런 상황들에 처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선생님에게 하나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일 때면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자란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저 사람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의 여유를 배운다.


3. 규칙을 지켜야 하는 법을 배운다.

가정에도 지켜야 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고, 학교에도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교칙이라는 것이 있다.

교칙은 대체로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학교에 지각하거나 결석하지 않을 것, 학교에서 정한 복장을 제대로 갖출 것, 교사에게 부적절한 태도와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것, 미성년자에게 허용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것.

이에 더불어 교내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도 있다.

이는 대체로 학생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복도에서 뛰지 않을 것, 다른 학생을 놀리거나 괴롭히지 않을 것, 선생님의 지도 사항을 따를 것, 다른 반 교실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을 것.


아이들은 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급식실에서 차례차례 줄을 서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빠르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복도에서 몸을 엉켜가며 장난을 치다가는 자기 자신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아침에 일어나 몸을 단장하고 나가는 법을 배우고,

어른을 대하는 예의와 사회적/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나도 학교에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학교에서는 대학에 가기 위한 지식만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이던 그 시절을 다시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선생님께 크게 혼나기도 하며 사회적인 규범과 매너, 예의를 배웠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응당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습득했던 것 같다.

그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어와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다.


학교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이다.

우리의 교육은 정말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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