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기 때문에 미성숙한
오늘 아침부터 담임반 아이가 한 행동을 전해 들으며 기분이 상해버렸다.
평소 좋지 않은 태도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그 태도가 기어코 행동이 되어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가 아니라 교과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이 다 보고 있는 앞에서.
이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싶었는데 하필 가장 바쁜 시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네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만 앞으로는 타인을 좀 더 존중해야 한다고 마무리 지었는데, 돌아온 아이의 대답은 '고려해 볼게요.'였다.
그 대답에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길 바라.'하고 대답해 버리곤 보내 버렸다.
이 이야기를 길게 적어볼까 하여 퇴근길 버스에서 메모장을 켜고 한참 자판을 두드렸다.
그러다가 문득 이 글을 길게 적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이런 학생도 있어요? 선배 선생님 도와주세요?
글쎄, 무엇 하나 명쾌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렇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집에서 대화하다가 최근에 내가 많이 웃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은 올해 첫눈이 온 다음 날이었다.
전날 저녁 첫눈이 내리는 걸 보면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며 동시에 내일 출근길을 걱정했던 나였다.
그날 아침에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며 도로가 얼어붙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점심을 먹고 교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들려오는 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
아이들이 학교에 쌓인 눈으로 눈싸움을 하며 내는 밝은 웃음소리였다.
문가에 서서 한참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이 풍경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을 한 장 찍어두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눈이 오면 출퇴근길을 걱정하느라 한숨과 짜증 섞인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는데,
아이들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근심 없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나를 활짝 미소 짓게 했다.
이런 아이들의 순수를 마주하면 나도 아주 잠깐 동안 그 나이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를 보자마자 눈꼬리가 휘도록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들,
자기가 이만큼이나 공부했다고 자랑하며 조잘대는 아이들,
동아리 시간에 만들었다며 내 이름이 새겨진 장식품을 가져오는 아이들,
짧게 자른 내 머리를 보며 최양락 닮았다고 놀려대는 아이들 (진심이니 얘들아)...
누군가를 향해 티끌 없이 환한 미소를 지어본 게 언제였는지,
내가 이룬 결과물을 상대의 반응을 재지 않고 자랑해 본 게 언제였는지,
누군가를 떠올리며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내리는 눈을 반기며 눈이 가져온 장난감을 실컷 즐길 수 있는 이 순수한 마음,
이만한 순수함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아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미성숙하고 어리다.
아이들의 미성숙함으로 빚어진 태도와 행동을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가르칠 것을 다시 다짐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