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하기까지 넌 얼마나 고민했을까
일주일에 한 시간씩 들어가는 수업이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한 학기 동안 한 권의 책을 읽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주일에 한 번만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서로 어색함이 아직도 있다.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 직업이 내게 잘 맞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드는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과 오랜 시간이 쌓여야만 친해지는 내 성격을 자각할 때다.
대체로 나는 사람들을 보며 잘 웃고 잘 말하니까 낯을 안 가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사실 나는 있는 힘없는 힘 다 짜내어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라 매우 힘이 든다.
아이들을 보면 늘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나도 모르게 설정한 경계를 넘어 들어오는 아이는 어찌 대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꽤 있었다.
이 생각이 커질 때면 '어쩌면 나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 만나는 이 아이들에게도 나의 거리감은 딱 그 정도여서
내게 먼저 다가오는 아이들도, 조용히 자기 할 일을 잘 해내는 아이들도,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로 어이없는 실소를 자아내는 아이들도 내게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 만나는 아이들' 정도의 인식만 있었다.
그런데 12월 중순을 지나는 오늘,
한 반에서 학기말 수업으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고 감상을 나누다가
문득 오늘 이 시간이 이 아이들을 만나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이 지나면 다음 주는 크리스마스, 그다음 주는 신정, 그리고 그다음은 방학이니까.
이걸 깨달은 것이 종이 치기 2분 전이었다.
"얘들아, 우리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1년 동안 너희들 덕분에 즐거웠고 어디서든 잘 살아!"
밝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고 나오는데 아이들의 황당한 표정이 보였다.
알고 있었어 하는 표정보다는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날짜를 헤아려보는 어리둥절한 입모양들이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뒤로 하며 교실 앞문을 열고 나오는데
한 아이가 뒷문으로 나오더니 교무실로 내려가는 나를 따라왔다.
평소 그 반에서 목소리를 내는 법이 없고 그저 묵묵하고 성실하게 활동을 해서 기억에 남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 아이는 내 오른편에 서서 복도를 가득 채운 소란을 배경으로 말했다.
"선생님, 1년 동안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잘 지내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왁자지껄했던 복도에 고운 봄꽃이 핀 것처럼 화사함이 가득 차는 것 같았다.
"정말 고마워, 나도 1년 동안 즐거웠어. 잘 지내고 기회가 되면 수업에서 또 만나자!"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기 때문에 상대가 자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서툰 표현을 한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신의 말을 있는 그대로 내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이 아이가 내게 건넨 따뜻한 한 마디는
선생님의 작별 인사를 듣고 어떤 대답을 해드려야 할까 하는 찰나의 고민이 수없이 담긴,
그러니까 진심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계산이 하나도 묻지 않은 것이었다.
그 따뜻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참 소중하다.
이 아이 덕분에 나는 또다시 사람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사랑하게 되고 그들의 평안을 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