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를 신경 쓰는 나는 사실 예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유리멘탈일지도!
MBTI가 어떻게 되세요, 로 대화를 시작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나를 외향형 인간으로 본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잘 웃고 이야기를 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왜 그거 있지 않나, 사회화된 I라고.
나를 가까이에서 오래 봐온 사람들은 안다.
쟤 지금 되게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일회성 만남,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며 사람들에게 책 위치를 안내해 줄 때라든지
캠페인 부스에서 행인에게 캠페인 참여를 독려한다든지 하는 일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일은 나에게 맡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 만남이 길어지고 누군가와 인간관계를 오래도록 이어가야 한다면
그때부터는 갑자기 차게 굳는 얼음돌이 되는 것이 이 사회화된 I, 나의 특징이다.
한때는 내가 이상하고 잘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MBTI라는 획기적인(!) 틀이 나온 후에는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속해야 하는 관계에는 힘이 들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되는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다른 사람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라고.
그런데 교육자로서 학생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또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수업 시간에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학급 일을 맡기려고 하면 왜 하필 내가 해야 하냐며 앞뒤 안 맞는 핑계를 늘어놓는 아이들,
진한 화장을 하거나 사복을 입어 지적하면 늘 이렇게 다니는데 왜 뭐라고 하냐며 따지는 아이들.
아이들이 잘못하는 것은 대부분 어떻게 해야 옳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몰라서,
혹은 옳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몰라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올바른 것이란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마찰을 빚고 때로는 아이들의 감정이 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해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잘못을 들키고 지적받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하지 못하고, 또래들 사이에 보이는 것을 더 중시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선생님께 혼이 나는 것은 가장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내게 얼굴을 붉히고 불쾌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영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사회화된 I로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는 방법 사이에서 균형 잡고 서 있는 법을 부지런히 익혀야겠다.
꼭 혼을 내고 언성을 높이는 것만이 훌륭한 지도는 아닐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