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락
외양간에
눈을 꿈뻑꿈뻑하는 송아지가 있었다
그렇게 예쁜 눈은
처음 본다
몇 시간째 바라보고 있다.
깊고 검정 눈 속에
무엇인가 말하는 듯하다.
눈을 마주친다
누렁이를 앉고
대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덜렁거리는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숨이 막히는 더운 공기가
훅 들어온다.
갑갑하다
덥다
파란 담배 잎사귀를 잘라
하나씩
나일론 끈으로 엮는다
바람이 분다
어둑한 밤이다
마른 담배를 엮는
엄마 옆에 앉아 가만히 지켜본다
비가 온다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조심해
움직이면 안 돼
얘들아
아버님
쿵
쿵쿵
우두둑
우두둑
흙담이 무너졌다
사랑채가 무너졌다
집이 무너졌다
마을회관이 집이 되었다
시멘트 바닥
방 하나
대청마루
신이 났다
빠다코코낫
쌀
그동안 입어보지 못했던
예쁜 속옷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왔다
유치원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간다
집이 다 지어졌다
파란 슬레이트 지붕의 집
아궁이가 있고
방이 두 개
거실 가운데 마루
화장실은 푸세식으로
가려면
또
무섭다
겨울이다
집을 고친다
현관문을 뜯고
벽을 허물고
커다란 거실문을 만든다.
샷시를 다는 동안
비닐로 임시 막아 놓은 문에서
바람이 들어온다.
머리가 아릴 만큼
춥다
며칠 공사를 하고
집은 조금 바뀌었다
마루를 뜯고
보일러를 깔고
시멘트를 바른다.
수세식 화장실이 생기고
집안으로 옮겨졌다
대단한 변화다
화장실은 멀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아빠가
현실? 과 타협했다
작은 쪽방이 하나 더 생긴다
거실문이 크게 생기고
그 너머로
샷시를 댄다
40년이 지난 집은
이젠
천장 도배지는
구석구석 떨어지고
장판에는
군데군데 얼룩이 진다
개미들은
어디서 나오는지
집구석에서
와르르 나온다
개미 퇴치약을
사달라고 하셔서
가져다 드린다
욕실 문 유리
올해
조카가 깨뜨렸다
스펀지를 대고
달력을 붙여 놓았다
조금
기괴하다
겨울이면
벽에서 한기가 들어온다
욕실은 일자 구조
비좁고
천장에는
곰팡이가 가득하다
작은 방 하나
우리가 떠난 뒤로
명절에만 사용된다
그 방은
늘 춥다
이상하게도. . .
밖에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다
짐들로 가득 차 있고
명절이면
큰아빠가 와서
머무른다
한 번 오면
한 달 가까이 계신다
나는
그게 늘
별로였다
디귿자 모양의 집
정문은
논을 향해 있고
우리는
쪽문으로 다닌다
이상한 구조
멀리서 보면
논 한가운데 있는 집
뒤쪽에는 산
아빠는
여기로 오고 나서
일이 잘 풀렸다고 했다
좋은 터라고 했다
나는
좋아했던가?
집이
추웠다
옆에는 텃밭
그 옆에
커다란 하우스
태풍에
날아갈까 봐
여름마다 조마조마한다
몇 번 부서지고
다시 지어지고
부서지고..
눈이 오면
무너질까 봐
눈을 치우고
나무를 대고
받쳐놓고
그 모든 일이
번거롭다
위험했다
하우스 지키려다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하는 아빠가
떨어질까 겁났다
겨울이면
창문마다 비닐을 씌운다
번거롭다
매년 하는 것들이 귀찮았다
안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따뜻한 집으로
다시 지으면 좋겠다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