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감정의 정리

도시재생 면접과 나

by 다온JIN


<도시재생 면접과 나>

며칠 동안 일정이 몰려 있었다.
몸이 피곤하니 어깨는 결리고, 마음은 무거웠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고, 억울함 같은 감정도 몰려왔다.


분명 억울할 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마음이 예민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졌다.


“힘들어.”라고 말하면 알아주었으면 좋겠는 마음에 더 짜증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화요일에 면접이 하나 있었다.
내 전공 분야는 아니었지만, 도시재생은 충분히 연결 가능한 길이었다.
지역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집을 고치고, 마을을 살리고, 상권을 되살리고, 협동조합을 만들고, 창업을 연결하고…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사람이 사는 삶을 돌보는 일이었으니까.
도전할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느꼈고, 그래서 이번 면접은 설렘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사회복지 경력으로 도시재생 분야 면접까지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류 자체가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문이 열렸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합덕의 도시재생 지역을 직접 걸었고, 백쌀카페도 가보고, 수리박물관도 둘러봤다.


그곳이 가진 숨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3분 스피치를 쓰고 고치고 또 말하며 연습했다.


어떻게 하면 진심이 전해질까, 어떻게 하면 인상이 남을까 생각하며 밤을 보냈다.

그 끝에, 스스로에게 “뿌듯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3분 스피치가 완성됐다.



<3분 스피치 자료 공개>


안녕하십니까.

합덕읍 도시재생 분야에 지원한 사회복지사 입니다.

저는 합덕읍 도시재생의 비전을 ‘1만 2천 명 도시로의 회복’, 6천 개 지역자원의 재발견’**으로 제안드립니다.

이 숫자는 과거 후백제 견훤이 둔전을 개간하기 위해

이곳 합덕지에 1만 2천 명의 둔병과 6천 필의 말을 주둔하였다는 기록에서 착안하였습니다

1만 2천 명의 사람들이 찾고 정주하는 곳

6천 개의 지역자원이 존재하고 연결되는 곳

역사적 상징을 오늘의 도시재생으로 다시 연결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실행 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합덕 주민의 삶을 콘텐츠로 만드는 도시재생입니다.

ai스마트교육을 통해 합덕 Life 콘텐츠를 제작하고 창업 지원으로 연결하여

합덕만의 따뜻한 스토리 자산을 축적하겠습니다.

둘째, 순례·치유·철도를 연결한 관광 콘텐츠 강화입니다.

버드내 상인회를 지역해설자이자 관광홍보인력으로 육성해

전통시장과 순례길 합덕역 철도 자원을 엮는 치유와 생동감 힐링이 가득한 다시 찾고 머무는 관광도시 합덕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셋째, 돌봄과 일자리가 연결되는 도시재생 구조입니다.

합덕읍마을관리사회적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백쌀카페에 착안해

백 살 안전행복가옥 합덕’**이란 가칭으로 요양·의료·돌봄·생의 존엄한 마무리 을 아우르는

재택의료 사회서비스 사회적 협동조합과 주거리빌딩 자활고용형 사회적 협동조합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그동안 사회복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창업과 수익 구조를 함께 설계하며 사회공모사업과 생활밀착형 복지사업을 연계해

지역에 다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나눔과 돌봄의 도시재생 인재인

당찬 당진의 당찬 당진 “옥” 이 되어


합덕읍을

과거 조선의 3대 저수지의 명성을 오늘로 잇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 중심 도시재생의 메카’**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내가 생각하기 충분히 훌룡했다.

역사를 나타나고 현재를 이어가고 그리고 비전도 재시하고 현실가능한 방향도 글 내용이 엄청 많았는데 딱 3분여 맞춰 완벽하게 작성했다고 자부했다.

스스로 말이다.


아이디어도 많았다.

용충의 이야기과 금의 채취를 연결하여 테마도 생각하고 노일 돌봄과 돌봄 정책 상권 살리기 등 무궁무진한 가능한 도전들이 널려있고 시도해 볼 가치가 높아 설레었던 것이다.



면접 당일, 나는 한 시간 일찍 면접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 스피치를 담은 종이, 머릿속에 새겨진 문장들, 내가 만든 캐릭터 배지까지 들고 기다렸다.
합덕에서 금이 채취되었다는 이야기를 캐릭터화해 만들어낸 배지는
‘나만의 시도’이고 ‘나만의 증거’였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자원을 금으로 표현해서 1번부터 6천 번까지 연대의식을 심어줄 캐릭터 배지를 제작한다는 포부였다.

호중도를 연상시키는 그림과 아이들 그리고 노령인구가 43% 차지하기 어르신 상징하는 의미

금 값이 고공행진 하니 금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케데헌의 히트곡도 골든이 아닌가!!!

사람이 찾을것이고 도시가 살아날것이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준비해 갔다.


그런데 면접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사전에 공고되었던 내용과 다르게,

직무분야 3분스피치가아닌
“먼저 자기소개를 해보세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멈춰버렸다.


철저히 ‘3분 스피치’를 중심으로 준비해 간 나에게 그 말은 너무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준비한 내용을 말하려 했지만, 길다고 잘라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말을 하다가 흐름이 끊기며 결국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했다.


면접실을 나오는 순간부터 어제까지, 이불 킥하는 밤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보다 마음에 더 크게 박힌 건
‘김대건 신부를 잘 모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김대건 신부를 모른다. 정말 몰랐다.
말문이 막히고, 당당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지 못한 게
스스로에게 가장 부끄러웠다.
종교의 영역이기도 하고, 천주교와 익숙하지 않았고,
김대건 신부에 대한 영화"탄생'도 있으니 한번 보라고 지인분이 조언을 해주기도 했는데

그걸 봤다면 나는 그분이 어떤 분인지 느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언을 듣고도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TVN 드라마에서"청년 김대건" 이야기를 반영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것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이런 분을 나는 왜 모르는가? 하며 무지하며 창피했다.



돌이켜보면, 설명하려고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헤맸던 시간이 더 아팠다.

신도 순교 병인박해 이렇게 그냥 잘 알지도 못하는 단어들을 연결 없이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정말 부끄러웠다.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괜히 부끄러움에 숨으려 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를 가장 실망하게 한 것 같다.

나는 이런 나를 부끄러워한다

지식이 없는 상황

나는 지식이 많은 사람들 박식하고

똑똑하고싶은데

내 지식은 얇다


그래도 나를 부끄러워 말기를.. 애써 응원해 주려고 글을 쓴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지금이라도 알았잖아? 괜찮아!!!


도시재생이라는 분야는 생소하면서도 생소하지 않았고,

사회복지와 연결되는 부분도 많았기에 욕심을 내본 것이다.


재정과 정책이 집중되는 시점이고,
2026년 청년보금자리 정책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많은 합덕은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현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합덕에서 일하고 싶었다.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키는 일에 함께 하고 싶었다.


면접이 끝나고 오늘에서야 드는 생각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나는 준비한 내용을 내 방식대로 풀어준비해 갔으나, 면접실의 기류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교수님의 질문에서 내가 준비한 것이 헛다리였음을 순간 느꼈고

주제는 골목상권, 상권활성화, 지역경제 중심 질문이었다.

그걸 추진할 예정에 대해 인력을 모집하는 부분 같았다


엉뚱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노련하지 못했고, 중심을 놓친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이 무겁다.


내가 준비했던 것들이 헛된 건 아니지만
내가 맞춘 것은 방향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니 지금 내 감정은 짜증, 두려움, 피곤, 억울함, 좌절, 부끄러움이 뒤엉켜 있다.


몸은 아프고 마음은 지쳤고, 심장은 텅 빈 느낌이다.


그래도 나를 응원하는 말을 하려고 글을 쓴다.


나를 실패자로 단정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무식하다고 자책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나는 도전했고, 애썼고, 사랑했으며, 준비했고, 부딪혔다.


결과가 어떻든, 이 경험 자체가 나를 다음 단계로 넘겨줄 것이다.


이제 조금 내려놓고, 훌훌 털고, 내가 나를 다시 응원해 줄 차례다.

불안과 부끄러움, 억울함을 넘어서 다시 길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내내,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넌 정말 잘했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오늘의 감정> 2025.12.18.(목)

� 오늘의 감정 세 가지

짜증

피곤

두려움


� 지금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정

침울함


�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열심히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느껴지지 않아 답답하고 막막했기 때문.


�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게 너무 속상하다는 거 알아.
‘노력하면 된다’는 말로 또 힘을 주려고 하지 않을게.
대신 오늘도 애쓰고 도전한 너를, 있는 그대로 대견하게 바라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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