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감정의 정리

생각과 말의 차이

by 다온JIN

길은 막히고
말은 많아지고
시간은 흐르는데
움직이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차는 제자리에 머물고

생각만 계속 앞질러 간다.

오후의 인천행은 그렇게 길 위에서 오래 머물렀고,
결국 목적지에는 예정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도착할 수 있었다.

막힌 길처럼 생각과 마음도 멈춰 있었다.



생각은 조용한데 말은 가끔 너무 앞서 나간다.

머릿속에서는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조금 더 정리해서 말해야 한다고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말들이 튀어나온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된 것 같다.
내 생각과 내 말 사이에 큰 간극이 생긴다.


면접 자리에서도 그랬다.
질문을 듣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괜히 덧붙이고,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애써 꺼내고 있었다.


차분해 보이고 싶었고,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그 자리가 내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커질수록 말은 더 급해졌고 생각은 점점 뒤처졌다.


아마도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인 양 붙잡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신이 없을수록 말은 많아지고,

마음이 흔들릴수록 설명은 길어진다.


그래서 말이 어색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 마음이 그 자리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서 나는 다시 나를 자책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그러다 보면 정신은 멍해지고 현실은 딴 세상처럼 느껴진다.
존재는 있는데 나라는 사람이 없는것 같다.


요즘의 내 상태는 이렇게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돌이켜보면 말의 실수는 참 많았다.
말로 상처를 받아본 경험이 있기에 나는 스스로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부드럽게 말하려 했고, 상대가 듣고 싶어 할 말만 하려 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뒤로 미뤄두는 쪽을 선택해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상처받았던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지만 막상 말을 하게 되면
그 말이 쏟아붙이듯 들릴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조심한다고 생각했는데, 삼킨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에게는 차갑고 날 선 말로 들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들었다.


나는 늘 친절하고, 상냥하고, 하고 싶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상대방은 나를 쌀쌀맞고, 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전화도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

나는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상대방 역시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나는 단지 말하기가 어려워서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일 뿐인데,
그 침묵이 쌀쌀맞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어떤 행동을 하든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과 경험으로 나를 해석한다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도 많을 것이다.

그 모든 오해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해명하며 살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완벽한 이해를 얻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와 지켜야 할 규칙을 성실히 지키는 것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말은 언제나 오해의 가능성을 안고 있고, 침묵 역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말을 덜 하되 더 조심하는 법을,
침묵하되 무례하지 않게 머무는 법을.

조금 더 나를 알아가고 있다.




오늘의 감정 기록

� 오늘의 감정 세 가지
자책
멍함
피곤

� 지금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정
피곤

�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일정에 없던 인천행이 있어서 다녀왔어
몸은 생각보다 더 피곤했고, 머리는 멍해.
가능한 주말을 제외하고는 감정의 노트를쓰고 싶어서

애써 쓰는 중이야.
눈꺼풀은 무겁고, 졸음은 계속 밀려온다.


�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갑작스러운 일정 때문에 많이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전환은 되었던 것 같아.

어디든 가고,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걸 보는 것.
사실 그걸 내가 제일 좋아하잖아.

한곳에 오래 머무는 건 편안하지만
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
편안함은 때로 나를 조금씩 갉아먹는
‘좀약’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명언(?) 같은걸 본것 같아.

우리는 움직이고,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는
수많은 자극 속에서 성장한다고 하더라고

맞는말 같았어 .


그래서 오늘도 팟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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