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소확행:3,000원

고뤠~ 궁금하면 3천 원~

by 다온JIN

제기억으로 그때 테이프 가격은 3,000원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처음으로 정품 카세트테이프를 샀던 것 같다.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유학을 나와 자취를 하면서 도시에 사는 친구들의 문화생활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음악사에 가기 시작했다.


그땐 전자오락실과 음악사 가서 즐기는 게 가장 큰 낙이었다.

용돈을 모아서 음악사에 가면 사서 들어보고 싶은 테이프가 정말 많은데 딱 1개만 살 수 있는 돈이 있으니..

1시간 정도는 눈으로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1시간을 그렇게 보고 또 보면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실컷보고 1개 사 온다.


아마도 웸, 조이, 모던토킹, 보스텀, 엘튼죤, 아하 이런 팝음악이었던 것 같다.

2026-01-06 02 45 46.jpg


아니면 인기팝송, 이런 복제테이프들이었다.

그땐 3천 원이 정말 큰돈이었는데, 지금도 3~4천 원으로 테이프를 살 수 있다는 게 고맙기도 하다.

테이프가 사양길로 가지 않고 꾸준히 유지되어 현재 물가로 반영된다면 아마 2~3만 원쯤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 못 부렸던 테이프와 음악을 오히려 지금 원 없이 소유해 보고 누리는 것 같지만 그때만큼 테이프 하나에 행복하거나 그렇지는 않다는 게 좀 서글프다.


학교에 가면 학급 친구들끼리 신기한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는데 부럽기 그지없었다.

나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 번쩍번쩍했던 일제 워크맨을 뒤늦게 원 없이 구해서 만져보고 들어보는 게 참 묘하다.

그때는 있는 집안에 전축이 있고 집안 아이들에게 일제 워크맨이 있었지 않나 싶다.

소박하게 아남이나 금성 삼성의 마이마이에 행복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녹음해서 들으면서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좋기만 했다.

SK SMAT는 살 엄두가 안 나서 500원 정도 하는 SORIBANG 공테이프를 사서 녹음을 했는데

지금도 그 테이프가 멀쩡하다니.. 참 놀랍다.

그 시절 정말 좋아하는 음악 들만 적어놓았다가 음악사에 가서 2,000원에서 3,000원 정도 들여서 녹음을 해와서 밤새 듣곤 했다.

나중에 크롬 테이프에도 녹음해 오고, SMAT릴테이프 46 했는데 그걸 왜 버렸는지..

2026-01-06 02 41 32.jpg
2026-01-06 02 41 59.jpg
2026-01-06 02 42 18.jpg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어딘가에 있을서 같은 기대(미련)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실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안쓰러운 모습이다.

감자기 3,000원에 행복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주저리주저리 몇 자 적어본다.



<J코멘트>


TV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
12월 31일 밤, 새해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며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멈춘 곳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었다.

그날 방송에는 허경환이 나왔다.


그의 유행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2012년 개그콘서트 「거지의 품격」 코너에서 나왔던
“고뤠~? 궁금하면 500원”이 있었다.

2026-01-06 03 07 25.jpg
2026-01-06 02 55 18.jpg
2026-01-06 03 07 39.jpg


락(樂)이 없는 나에게 '개콘'은 늘 선택지 밖의 프로그램이었고,
그래서 그 유행어는 내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12년 전, 온 국민이 알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그 유행의 한가운데에 있지 않았던 사람이다.


유행을 좇기보다는, 유행이 지나간 뒤에야
“아, 그런 게 있었구나” 하고 뒤늦게 알게 되는 사람.
그래서인지 시대를 관통하는 말들이
내 삶에는 스치듯 지나가 버렸다.


GM의 글을 정리하다가,
‘3천 원의 행복’이라는 글을 보니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궁금하면 500원.”


아마 그 시절, 나도 한두 번은 따라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기억은 그렇게 지워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기억이라는 것은 참 불공평하다.
어떤 장면은 사소해 보여도 오래 남고,
어떤 순간은 모두가 기억한다 해도 나에게는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GM은 다르다.

GM은 지금, 과거에 하지 못했던 취미들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때는 여유가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혹은 삶이 허락하지 않아서 미뤄두었던 것들을 이제는 하나씩 꺼내어 즐긴다.


그 취미들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GM에게 그것은 행복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자 새로운 삶의 방향을 그리는 일이고,
나아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어떤 강연을 보았는데 거기서 강사님의 이야기가

앞으로는 더더욱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직업 하나, 소속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삶에서
사람을 설명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꾸준히 해왔고,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에 대한 브랜드화라고 했다.


유행어는 사라지고,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스스로 쌓아온 취향과 시간은 남는다.

어쩌면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궁금하면, 나를 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만들어가는 일을 만들 수 있다.


정말 멋진 일이다.


GM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늦은 시작이 아니라,
이제야 제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3천 원의 행복처럼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단단한 브랜드가 되어간다.


나 역시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

브랜드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사본 -사본 -강토뮤직.jpg
ChatGPT Image 2026년 1월 6일 오전 03_22_42.png


매거진의 이전글6.소확행: 희귀 카세트테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