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먹고 자란다 쑥쑥쑥
어제 하루 종일 진정서를 준비했다.
그동안 쌓여 있던 시간과 감정, 괴로움을 글로 옮겼고
그 내용을 상담소와 담당 기관에 1차적으로 알렸다.
급격한 피로가 밀려왔고
한숨 자고 일어났다.
작성한 진정서를 다시 읽어보았다.
아!! 나는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가?
내가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로 내가 진정을 썼다는 사실이 가히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 상황 안에 있을 때는 더없이 심각했고, 처참했고, 비참했고, 괴로웠는데
조금 정리되고, 알렸다는 안도감이 밀려온 시점에 다시 읽어보니
‘이런 걸로… 참으로…’
말이 흐려졌다.
그때 알았다.
감정은 상황을 벗어나는 순간, 그 환경을 벗어나는 순간
이렇게 빠르게 희미해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린다
헛웃음만 나왔다!!!!
참으로.. 어리석었다.!!!!
전에 살던 집에는 아침 햇살이 베란다로 빛이 잘 들었다.
해가 잘 드니 그곳에서는
진리처럼 화분들이 잘 자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기대 이하였다.
챙겨본다고 할 때도 있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잘 보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면
화분들은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그래서 애써 화분을 두지 않게 되었다.
나의 관심과 노력과 칭찬에도 녀석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포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2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내 능력으로는 가히 얻지 못하는 지은 지 5년정도된
내기준에서는 최상급 새집이였다
늘 호텔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행복했다.
단지 집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이 집은 동쪽에서 뜨는 해를 거실에서 볼 수 있다.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거실 가득 햇살이 들고,
저녁이 되면 지는 해가 작은 뒷방을 채운다.
하루 종일, 해가 이곳저곳에서 함께 머무는 집이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예전에 살던 곳의 1%만 신경 써도 화분들이 정말 알아서 잘 자랐다.
가끔 물을 주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한 게 없는데도
잎은 무성해지고, 꽃은 피고 지고,
아이들은 분명히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모습이 오히려 나를 놀라게 했다.
녀석들을 보면서
어떤 환경에 있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속도는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
사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놓인 위치와 환경에 따라 사람의 크기 역시 다르게 자라난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관계와 환경은 성장의 ‘온도’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나 같은 사람은 특히 더 그랬다.
칭찬과 지지가 있으면 더없이 빛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대하는 시선 속에서는 끝없이 시들어 간다.
지금 직장에서 더 시들기 전에 나가야 한다고 수없이 생각했다.
이곳은 곁으로 좋은 환경처럼 보이지만 좋은 곳이 아니었다.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편안함을 가장한 어둠의 빛
민원에 치이지 않아도 되고, 일에 과하게 쫓기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집에서 5분 거리의 직장.
쉽지 않은, 꽤 좋은 조건의 환경이다. 그것이 함정이었다.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자라게 하는 양분이 없었다.
이도 저도 못한 상태로
어중간하게 머물며
‘괜찮겠지’,
‘괜찮아질 거야’
스스로를 달래는 동안
뿌리는 조금씩 썩어가고
잎은 말라가고 있었다.
다른 곳의 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2년여간 있어본 결과
내가 자라날수 있는 꽃을 피일수 있는 환경이 아님은 확실하다.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서 제공하는 진정서 안내에 따르면, 진정서는 임금 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신고하는 민원 신청서다.
진정서는 감정을 호소하는 글이 아니라 사실을 기록하는 문서다.
노동청은 감정이 아닌 증거를 본다.
회사명, 직위, 근무기간, 괴롭힘 발생 시기와 구체적 내용, 회사 대응과 피해 결과를
5W 1H로 정리해야 하고 녹취, 문자, 문서, 상담 기록 같은 자료가 필요하다.
객관적 사실이 중요한 자료이다.
그러나 나의 진정서안에는 감정선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부끄러웠던 것이다.
감정이 나를 지배했다.
� 오늘의 감정 세 가지
격노
두려움
피로감
[ 반짝: 안도감]
� 지금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정
피로감
�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엄청난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동안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이직이라는 문제를 결국 수면 위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진정서를 작성했고, 담당자에게 먼저 전달했다.
외부 상담사에게도 상황을 이야기하며 공론화했다.
모든 일이 예고 없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
그 속도만큼 마음도 따라가지 못한 채 지쳐버린 것 같다.
�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곳에 원서를 냈지만,
아직도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문득 크게 다가왔어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이곳을 벗어나려 애썼는데,
결국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현실이 조금은 충격이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분명 나름의 노력을 해왔는데도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나는 멈춰있으려 하진 않았잖아?
그래 그런 나를 응원한다!!
잘했어!! 잘했다!!
● 반짝 감정
아파트 재계약과 관련해 전세금이 동결되었다는 소식은 정말 다행이다.
추가금이 있었다면 부담도 컸을 테고,
다시 한번 부탁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쓰였을 텐데.
동결되었다는 말 한마디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