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시간
퇴근하고
며칠은 브런치를 열심히 작성했다.
일종의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 없었는데
정말 내가 기특했다.
마치 뭔가를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밤마다 문장을 붙잡고 있었다.
1월 중순쯤 넘어가면서
무기력하게 핸드폰만 들여다보다가
잠들어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도 11시 30분이 되기까지
아무 의미 없이 화면을 넘기고 또 넘기다가
몸을 끌어올리듯 힘겹게 일어났다.
아,
무기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나는 지금
마지막 스트레스 위에 서 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계약 이야기,
건설사의 회생절차,
전세보증금 보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말이
주민 단톡방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이곳이 좋아서 연장 계약하려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흔들리자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갑자기 현실처럼 다가왔다.
또다시 자료를 찾고,
정확히 알 수 없는 불길함을
그대로 안은 채 앉아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건 직장 문제였다.
다니기 싫지만 버텨야 하는 시간.
계약 만기까지, 혹은 이직이 확정될 때까지.
나는 나온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나오지 못했고,
현실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결국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내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하며
업무를 정리해 놨지만 당장 짐을싸서 뛰처나오진 못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계약 기간까지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 나를 붙잡았다.
당장 뛰쳐나올 수 없는,
아주 극도의 현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대치였다.
감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냐며
왜 그렇게 나오냐고 소리치는 국장 앞에서
나는 극도의 무서움을 느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질문은
이거였다.
내가 또 뭔가 잘못한 걸까?
내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던 걸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부당한 것 앞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
감히 나를 그렇게 대한 사람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사람.
최소한
내가 잘못됐다고 몰아가는 순간만큼은
끝까지 붙잡고 확인하려는 사람.
그래서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병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친다.
정말로.
그런데
그게 나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쉬고 싶다.
두려움
분노
피곤함
반짝: 뿌듯함
어렵지만 그래도 오늘하루도 잘 버티었기에 뿌듯하다
두려움
총부리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몸이 바들바들 떨렸던 것 같다.
내가 저지른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어서,
그 불확실함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미안.
날 지켜주지 못해서.
두렵게 만들어서 미안.
자신감을 가져도 돼
너무 두려워말고
모 아니면 도가 되겠지
타인에게 기대지 말고,
내 감정에 솔직하자
꾸미지 말고, 변명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자.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잘 봐달라’고 애쓰지 말자.
설명하지 말고, 설득하지도 말고.
그냥 나로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