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감정의 정리

정리하고 버리고 새로워지자...

by 다온JIN

정리하고 버리고 새로워지자.


이 문장은 내가 매일 오늘 할일을 작성할때마다

다이어리의 첫 문장에 쓰는 말이다.


나는 무엇을 그토록 매일 정리하고 싶었던 걸까?
무엇을 그렇게 끊임없이 버리고 싶었을까?
그리고 무엇으로 새로워지고 싶었던 걸까?


매일같이 같은 문장을 적어놓고는
하루가 끝날 즈음,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네”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정리도 못 했고,
버리지도 못했고,
새로워졌다는 느낌은 더더욱 없었다.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GM과 함께 연세가 많이 드신 한 어르신을 뵙고 왔다.

큰 교통사고 이후 집에서만 지내시다 보니
몸은 점점 더 불편해지고, 삶에 대한 의욕도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고 하셨다.

그 어르신은 한때 소중히 여기던 취미 활동의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계셨다.

아끼던 것들, 손때가 묻은 것들, 시간과 마음을 들였던 흔적들.

“이젠 정리하고 싶어요.”

그 말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정리’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내가 말하던 정리는
정말로 버리기 위한 정리였을까?
아니면 아직 붙잡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이었을까?


어르신의 정리는 새로워지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을 인정하고 마무리하는 말씀이었다.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아도 되고, 그저 가벼워지고 싶다는 고백처럼 들렸다.


내가 매일 적어오던
‘정리하고 버리고 새로워지자’는 말은
어르신의 정리와 어딘가 닮아 있으면서도 조금은 달랐다.


그것은 마무리의 말이라기보다 조금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나의 바람에 가까웠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없는 無로 돌아가겠지만,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나를 괴롭게하는 생각과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너무 담아두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버리며

고통스럽고 힘들게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쁨을 찾아가자는 말이였던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모든 것에서
가벼워질 수 있도록.




� 오늘의 감정 세 가지

소소함

쓸쓸함

뿌듯함


� 지금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정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까.
해야 할 일은 우선 마무리했다는 마음.
그래서 한편으로는 허탈하고, 아쉽고,
조금은 서러운 감정까지 한꺼번에 밀려온다.


�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이곳에서 보낸 1년간 일했던 것들을 정산하고 모두 마무리 하였다.

3일간 열심히 그 동안 일들을 정리하였다.

‘그래도 참 많은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라는 단어가 주는 아쉬움도 있고,
나름 이곳에서는 비교적 업무적인 면으로만 본다면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기에
분명 좋은 점도 있었으니깐 ..
그래서인지 떠나는 순간, 그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아쉬워하지 말자.
늘 그래왔듯, 편안하고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방해꾼들이 나타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건,
처음부터 ‘아닌 건 아닌 것’이었다는 사실.
나는 늘 그렇게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조심하되,
나를 의심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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