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감정의 정리

하루하루가 다르다.

by 다온JIN

하루하루가 다르다.
정말 이상할 만큼 어제의 세상과 오늘의 세상이 다르다.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달라진 것 같다.


상황이 크게 변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내 삶을 뒤흔든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생각이 느끼는 것이 전혀 다르다.


어제는 모든것이 꺼진 듯하였는데
오늘은 새롭다.


왜 그런 걸까?

호르몬의 변화일까?
감정의 기복일까?
생각의 흐름이 바뀌는 걸까?


가라앉을 때마다 무섭다.
그 감각은 정말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오늘은

조금은 희망이 보이고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고
조금은 내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그 희망이 너무 반갑다가도
곧 무서워진다.

‘이러다 또 가라앉으면 어떡하지.’

희망이 허황된 것처럼 느껴질까 봐
기대하는 내가 또 부서질까 봐
나는 미리 겁을 먹는다.


그래서 자꾸 묻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오늘 아침에 작은 방을 치우다가

오래된 메모들을 발견했다.

그동안 나는
읽기, 쓰기, 계획하기, 다짐하기…
참 많은 문장들을 남겨두었다.


그때의 나는

분명 무언가를 믿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지.’
‘다시 시작해야지.’
‘조금만 버티자.’

그런데 지금 읽어보면 내가 그런 글을 썼다는 것조차 의심스럽다.

마치 다른 인격체가 쓴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니.내가 이런 희망을 품었었다니.

시간이 지나면 나는 나조차 낯설어진다.


친구들의 오래된 편지를 읽을 때도 그랬다.

내가 기억하는 순간과 친구가 기억하는 순간은 완전히 달랐다.


나는 같은 시간을 살았는데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신기하면서도 나의 왜곡된 생각들이 슬프다.


나는 어떤 세상에서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걸까?


하루하루가 다른 것은 세상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다른 창문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밝은 창문, 어떤 날은 어두운 창문.

세상은 그대로인데 빛이 다르게 들어온다.


나는 그저 그 안에서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중요한 건 ‘왜 이렇게 느끼는가’보다
‘이렇게 느끼는 날도 결국 지나간다’는 것을
조용히 믿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뜻이고
계속 변하고 있다는 뜻이고
내 마음이 아직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이 조금 나아 보인다면
그것은 허황된 희망이 아니라
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가라앉는 날이 온다 해도
그날은 내가 쓸모없어지는 날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날일 뿐이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그 하루를 하루씩만 살아가면 된다.







� 오늘의 감정 세 가지
조금 편안함, 새로운 희망,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잔잔함.

✨ 반짝감정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 평안해진 느낌.
어제와는 다른 공기 속에 있는 것 같다.

� 지금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정
기분이 진정되고 있다.
조금 가라앉고, 조금 숨을 돌리는 상태.

�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사실 ‘감정’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감정 단어 몇 개로는 지금 상태를 설명하기 어렵다.
감정이라기보다 생각의 흐름에 가깝다.

어제는 정말 깊이 가라앉아서
세상의 모든 어둠 속 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을 만큼 비참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나아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했던 감정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정말 호르몬처럼, 몸의 리듬 때문일까?

하루하루 달라지는 내가 낯설다.
내 마음인데도 내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어렵다.


�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그래… 어찌 되었든
오늘은 조금 나아져서 다행이야.

하지만 걱정도 된다.
또다시 푹 꺼져버릴까 봐
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으니깐

그래도, 어제도 버텼잖아?
어제 잘 버텨냈기 때문에 오늘의 이 작은 평안이 온 거야.


작은 방을 치워야지 하면서도 못 치우다가
오늘 아침 잠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정리한 것처럼,
그런 작은 움직임들이 참 기특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
큰 변화가 아니라
작은 시간들을 조금씩 움직여보자.

하루를 버티는 만큼,
조금씩 앞으로 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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