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엄마의 음식솜씨는 그야말로 아리송했다. 가게 일로 바빴으니까. 대충 뚝딱 해치우는 기술 말고는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이 없었다. 간장 계란밥이면 한 끼가 뚝딱이듯 말이다. 평소 엄마 가계부 지출란에 적히는 식재료는 주로 콩나물, 계란, 두부 같은 값싼 것들이었다. 고기반찬이 올라올 때는 돼지고기가 일반적이었고, 두툼한 삼겹살보다는 퍽퍽한 전지나 후지로 만드는 요리가 대부분.
대학생이 되어 한 모임의 총무가 되었을 때, 고기의 부위와 가격이 다양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엄마의 조언대로 '돼지고기 앞다릿살'을 살거라 했더니, 한 선배가 놀라 물었다.
"그런 것도 먹어?"
내가 먹고 자란 음식이 '그런 것'으로 치부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음식이 '미더덕 콩나물찜(엄마가 해준 특별식)‘이라고 말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던 것 같다. 오독오독 씹히는 미더덕 머리 밑으로 감질나게 싸여있는 껍질을 톡 터트려 쫄깃한 속살을 씹어먹던 '미더덕'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 어쨌든 난 '그런 것'을 먹고 자랐다.
엄마는 먹던 음식을 재탄생시키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주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였다. 이를테면, 며칠 먹은 탕국이 물린다 싶은 다음 날, 김치찌개에 낯익은 재료들이 들어가 있곤 했다. 분명 맑은 탕국 속에서 보았던 무와 오징어, 어묵인데? 지금에야 각종 식재료와 레시피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때의 요리는 엄마의 정체성 자체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