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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by 꿈꾸는 momo

02로 시작하거나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는 주로 받지 않는다. 광고전화일 게 거의 확실하니까.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요즘은 지역번호 아니면 010으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로 온다. 주차를 잘못했나 싶어, 몇 달 전 공모한 원고 때문인가 싶어, 혹은 아이들과 연관된 연락인가 싶어 받는다.


** 보험입니다. 고객님...


고객에게 닿은 상담원의 목소리는 절박하고 간절하다. 피로를 누른 듯한 친절한 목소리. 설명도 듣지 않고 거절당할까 대답할 틈도 없이 설명을 이어간다.


"저, 암 수술했는데도 가능한가요?"


잠깐의 시간차에 끼어든 내 물음에 상담원은 침묵한다. 흔들림이 느껴진다.


"아, 그러셔요? 고객님. 혹시 무슨 수술이실까요?"


무슨 수술인지 대답한다. 수술 후 5년이 경과되지 않았다는 정보까지 확인되면 그들은 정중히 '고객'을 피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내 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 5년이 지나자 보험 안내메일이 자꾸 온다. 차곡차곡 쌓인다. 이제 돈이 될만한 고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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