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흔셋이 되신 외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내가 만든 줌치인데 너 하나 줄까? 친구들 나눠주고 나니 이제 몇 개 안 남았네."
할머니가 내미신 줌치는 투박한 복주머니였다. 솔직히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요즘 세상에 이보다 세련된 주머니는 널렸고, 이미 집에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받아온 것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좋아요, 할머니. 귀하게 잘 쓸게요."
조각천을 이어 붙여 정성껏 만드신 그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오늘 이 서방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
웃으시던 할머니의 눈가에 갑자기 물기가 어린다.
"갑자기 뭐가 고마우셨어요?"
"아이들을 낳아줘서. 예쁜 증손주 셋을 낳아줘서 말이다. 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의 병이 다 낫는 것 같아. 그래서 고맙다."
내 시야가 흐려진다. 우리는 마주 보며 눈가를 닦아냈다.
외할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때 묻은 주머니. 이것이야말로 올해 내가 받은 선물 중 가장 값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