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뒷산에는 돌탑길이 있다.
늦은 오후 흐트러진 머리칼을 묶고
어슬렁 걸어나간다.
햇빛이 없는 곳 바람은 찬데
아이들은 돌탑입구 농구장으로 질주하고
재빠르게 겉옷을 벗어던진다.
입밖으로 나오려는 제지의 말들을 무음으로 삭힌다.
농구공이 바닥에 튀는 소리를 들으며
돌탑길을 오른다.
3월의 분주함과 피로를
계단 한 칸 한 칸 오르며 비워낸다.
심박수는 빨라지는데 마음은 가벼워진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다 지나간다.
봄의 어귀에 몰려오는 찬 바람과
산새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가버린다.
시간이 쌓인 돌탑아래서 가쁜 숨 돌린다.
이 곳을 밟은 누군가들이 쌓아올린 돌멩이.
수많은 속세의 시름들이 이 곳에 얹혀있을까.
찬바람이 불어도 돌탑은 끄덕없고
산새소리도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