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걱정하지만
앗! 모기?! 지금 겨울이잖아!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켜놓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윙윙 돌아다니는 모기를 발견했다. 아무리 따뜻해도 겨울은 겨울인데,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모기를 보니 올여름에 창궐할 벌레들에 오싹한다. 지구는 갈수록 더워지고 환경은 이미 내 삶을 위협하고 있다.
보루네오 섬의 오랑우탄이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 플라스틱 거북의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거대담론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맞닿아 있는 지점들이 표류하는 남극의 얼음조각들처럼 나의 삶으로, 나의 눈 앞으로 너무 바짝 다가왔다. 편리함을 우선하여 소비하게 만드는 많은 것들이 이렇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 아니 이제 필(必) 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 언짢다. 언짢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건 내 책임을 살짝, 소비재의 1차 생산자에게 전가시키고픈 심리 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선택은 내 몫인데도 포기의 대가는 고스란히 육체적인 피로로 이어지기에 외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싶어 눈을 돌린 건 재활용품 정리이다. '제대로'하려니 생각보다 어렵다. 종이상자에 붙은 테이프와 라벨지를 제거할라치면 손끝이 새까맣게 아린 수고를 해야 하고 비닐도 마찬가지다. 아, 플라스틱... 이렇게 가지각색인 녀석을 오염물 없이 깨끗이 씻어 분류하여도 끝이 아니라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이 괴물 같은 녀석은 최대한 구입하지 않는 일에 용을 써야 한다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필요한 것에서 플라스틱을 제외시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사실 앞에 막연해진다.
아이를 키우며 당연히 아이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하게 되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환경파괴의 주범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불편하다. 썩지 않는 일회용 기저귀, 물티슈, 장난감과 아기용품들... 몰라서라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선택함과 동시에 강도 높은 노동과 떨어지는 삶의 질을 마주해야 하는 게 힘들어서다. 아이를 키우지 않았을 때는 편리를 위한 부모들의 보편적 선택에 화가 날 지경이었는데 키우다 보니 그걸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화가 날 지경이다.
어쨌든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제대로 해보자고 해야 하는지, 과감히 포기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지, 양심적이고 똑똑한 누군가가 환경적인 소비재를 만들어주길 바래야 하는지, 어느 마을의 쓰레기 산처럼 어쩔바를 모르고 어려운 마음만 쌓여간다. 선택과 책임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빨간 지구 속에 부끄러운 얼굴을 숨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