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뜨겁다. 뜨거운 여름을 피하려다 그만, 둘째가 뜨겁게 열이 난다. 아들 셋이 방학이라 집에만 있을 수도 없어 바깥으로 좀 다녔더니 피곤했던 몸이 신호를 보낸다. 나를 비롯해 아들 셋 모두 컨디션이 별로다. 뜨거운 이마를 만져가며 토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다. 침을 삼키는 목이 따갑다. 혓바늘이 돋았는지 다문 입도 불편하다.
여름밤의 잠은 원래도 깊을 수 없다. 열대야가 계속되는 밤, 밤새 돌아가는 에어컨 밑에서도 숙면은 어렵다. 맨살에 닿는 냉기에 스산하여 깨면 이불도 덮지 않고 자는 애들을 한 번 추슬러보고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하게 된다. 조각 잠의 꿈은 퍼즐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뒤척이며 자고 있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애써 안 들리는 척하려 해도 끊어질 기미가 없는 소리에 결국 몸을 일으킨다. 침대 위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남편의 몸은 별로 편해 보이는 자세는 아닌데, 지금 이 순간 꿈속을 거닐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바른 자세로 누워 편안한 표정으로 자라고 하고 싶지만 깨우면 안 될 것 같다. 남편의 웅크린 몸이 좀 더 작고 가벼우면 번쩍 안아 들어 고쳐줄 수 있었을까? 엎드려 자면 얼굴에 주름이 더 많이 가는데, 그래서 갈수록 당신의 인상은 더 진하게 보이는 걸까. 자는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당신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고되어 보이는 얼굴이, 까만 말을 하는 것 같은 얼굴이 나는 안 되게 느껴진다. 나에게 불쑥불쑥 짜증을 내는 당신의 말투와 눈빛이 자는 동안에도 삐져나오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보듯 내가 볼 수 없는 '나'를 더 많이 본 사람이 당신이란 걸 안다. 그래서 늘 당신의 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속상한 마음 이전에 당신의 말이 비집어 어떤 '나'를 들추어내니 옴짝 달짝 못한 채 입을 닫게 되는 것을, 그래서 때로는 그 잘난 당신의 입을 막거나 때리고 싶은 충동을 상상 속에서 실현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까.
아이가 없을 때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던 우리의 화법과 성향과 태도가 틈만 나면 꼬이고 꼬여 서로를 숨 막히게 하니 과연, 육아는 대단한 인생 과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결국은 바닥난 나의 한계와 철저하게 벗겨진 나의 민낯을 당신을 보며 아프게 발견해가고 있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