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운 인간관계 3

다른 사람이 아는 사람일 때

by 꿈꾸는 momo

죄송하지만 일이 생겨 못 갈 것 같아요


핑계를 대며 약속을 취소했지만 사실은 당신을 만나는 일이 불편했다. 매우...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애써 보려 했을 텐데, 이젠 그만둔다. 안 되는 일은, 꽤나 불편한 일은 어떨 땐 피하는 게 답인 것 같다.


그녀는 언제나 친절했고 앞서 나를 배려했으며 때론 자신의 고민까지 털어놓으며 나에게 가까이 왔다. 모든 고객에게 다 그럴까 싶었지만 "나랑 잘 맞는 줄 알고 제가 선을 넘었네요. 이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라는 그녀의 말로 보건대 특별한 고객으로 대했던 건 사실이었던 것 같다.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말이 잘 통할 줄 알았다는 그녀는 예의 바르게 또 한 번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 '아는 사람'일 때 오는 난처함. 다른 정치적 견해로 순식간에 날이 서 버린 감정들은 서로에게 예의 바른 공격으로 날뛰기 시작한다.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핏발을 세워 언성을 높이시는 태극기 집회 어르신들이나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5.18이 북한군의 개입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그녀를, 순진하게 학교에서 배운 대로 믿고만 있다며 내 무지함을 질책까지 하는 그녀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눈만 껌뻑거렸다. 도대체 어떤 논리로 그렇게 말을 하는지 정보를 달라고 반박하자 나를 붙잡고 앉아 1부터 10까지 자기의 논리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책상 모퉁이에 꽂혀있던 성조기와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무심히 넘겼던 것들이다.


어느 때부터 나에게 온갖 유튜브 영상을 전달하는 아버지와 마주하는 것 같아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남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고 넘길 일인데 가족은 다르다. 처음에는 서로 설득하려 노력하다 화를 내고 결국은 입과 마음을 닫는다. 중요한 건, 내가 생각하고 견디는 수준으로 상대방도 똑같이 그렇게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과 그들의 무지함을 지적하면 상대도 동일하게 그렇게 나를 겨냥했고 그것마저 초연하게 그들을 이해하겠다 마음먹을 때 상대도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논리'의 문제를 넘어선 '믿음'의 문제 같았다. 그 '믿음'이 너무 절대적이고 확신에 넘쳐 그것은 '이념'을 넘어 '종교'화 되어 있었다. 어떤 해결의 말미도 보이지 않는 그들이 내 이웃이고 가족이라는 사실이 왜 이렇게 뼈아픈 일인지, 체기가 남아있듯 갑갑하기만 하다.


그들은 성실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말로 나라를 사랑했다. 그들의 방식대로 뜨겁게... 나는 그 뜨거운 확신이 무서워져서 뒷걸음을 쳤다. 그들이 걱정하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전쟁이 이런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언제까지나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걸까 매우 어렵다. 어쩌면 풀지 못할 숙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