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40분
워킹맘이 된 지 석 달째, 장거리 운전과 바쁜 아침이 걱정되었지만 의외로 우리 가족의 삶은 안정적이다. 비록 출근하는 첫날은 프라이팬과 나무 뒤집개를 홀랑 태워 먹고 학교 주차장에서는 앞 범퍼를 긁어먹는 신고식을 치르긴 했지만 달라진 리듬이 어느 정도 몸에 배니 할만하다 싶다. 세 아이의 아침 등원을 위해 도우미를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장거리 운전이 피곤하지는 않을까, 6년 만의 복직을 앞두고 긴장했던 것에 비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곧 등교 개학을 맞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코로나가 가져다준, 조금은 여유로운 적응의 시간을 비밀스럽게 감사하는 중이다. 재작년, 암세포와 함께 반쯤 잘려 나간 왼쪽 폐는 짧은 오르막길에도 눈치 없이 쌕쌕거리며 횡격막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런 내게, 정말 몸이 괜찮은 거냐 물으시던 교감 선생님도 내 씩씩한 표정과 걸음에 이젠 미소로 일관하신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좋다. 돌아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 비록 아이들은 없지만 교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맞는 아침의 공기가, 곧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움직임으로 먼지를 흩날릴 뽀얀 운동장이,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며 수업을 설계하는 나만의 책상과 공간도, 참, 좋다.
40분이라는 시간은 참 굵직한 시간이다. 출발 전에 듣고 싶은 라디오를 켜거나 유튜브를 연결하고 시동을 켠다. 오로지 나만의 공간에서 ‘아에이오우’ 얼굴 근육을 풀어보기도 하고 폐 기능의 향상을 위해 크게 호흡을 조절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불쑥 내 앞에 끼어드는 차나 느리게 길을 막는 차가 있으면 괜히 한 번 혼잣말로 운전자를 다그쳐도 본다. 아저씨 이러시면 안 되죠! 그러고는 텀블러에 담아온 커피를 홀짝이며 무안함을 달랜다. 여유 있다 싶은 날엔 깜빡이를 켜고 주저하는 차에 내 앞자리를 양보하기도 하고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보행자를 위해 길을 터준다. 까딱 머릿짓으로 고맙다는 표시를 하며 걷는 그들의 빠른 걸음을 지켜보며, 알지도 못하는 그들의 하루를 응원한다. 집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집에서 가지고 나왔던 마음도 점점 희미해지고 차분해진다. 주변의 풍경을 눈에 넣으며 일터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으로 정돈되는 40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