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즐기는 방법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굳이 마스크가 필요 없다. 쌀쌀한 바람에 아무렇게나 얇은 외투를 걸쳐 입고 언덕을 오른다. 아침 산책에 나선 세 아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무기를 쥔다. 검게 썩었거나 말라서 색이 흐리멍덩한 무기는 제외다. 윤기가 흐르고 단단해 보이고 한 팔쯤 긴 막대를 하나씩 쥐고 탐험을 시작한다. 첫째는 막대로 이 곳 저곳 가리키며 숲 해설가가 된다.
여기 초록잎은 새로 난 잎이지만 하얀 건 다 마른 거야.
동생들은 형의 말을 따라 하며 아는 체한다. 들판에 살큼 살큼 보이는 들꽃들을 찾아낸다. 이름을 모르는 꽃은 꽃 검색 어플의 도움을 받는다. 질경이 뿌리를 묶어 제기차기를 하자고, 올 겨울엔 진짜 소나무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자고 너스레를 떤다.
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들리는 새소리는 가지각색이다. 언젠가 내 눈에서 파락 하고 지나친 저 새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말리라 다짐한다.
비추 비추, 쪼로롱 쪼로롱, 호이 호이, 까아 까아... 산새들의 지저귐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썩거린다. 바람이 없는 순간은 덥다 할 만큼 따가운 햇살이 체온을 높여준다. 한 번씩 심술궂은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때려도 충분히 견딜만한 봄이다. 땅바닥에 떨어진 솔순을 손바닥에 보물처럼 올려놓고 감탄하는 형을 따라 동생들도 쫄랑쫄랑 솔순을 주워 들고 따른다. 언젠가 분명 그리워질 이 시간을 순식간에 과거로 보내며 우리는 이렇게 봄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