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젓가락 더 먹으면 안 되는 이유
증상을 굳이 말하자면, 처음엔 아무 느낌도 없어요. 배가 아프거나 답답한 느낌도 없지요. 배도 고픈 걸요. 식욕도 여전해요. 하지만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 생각되는 순간부터 일은 커지고 말아요. 이미 위장이 멈춘 것 같이 차 올라있고 누를 수도 없이 아프고 딱딱해요. 점점 두통은 심해져 오고 어깨와 눈은 무거워지죠. 체한 줄도 모르고 입으로 음식을 날랐던 저는 무식한 거 맞죠? 음식을 게워내고 싶을만큼 메스껍기 시작하면 아픈 것을 참아가며 복부를 마사지해야 해요. 위장이 억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싶을 때 식도로 올라오는 가스를 몇 번 뱉어내다 보면 놀랄 일이 벌어져요. 무언가로 꽉 막힌 하수구가 뚫렸을 때 나는 요란한 소리 아시는가요? 꾸룩꾸룩 내려가던 것들이 마지막으로 튜브를 빠져나갈 때 내는 괴물같은 소리요. 그렇게 꽉 체하면 한 사흘은 고생을 해야 풀린답니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로 말이죠.
병원을 가도 속을 보지 않는 한 답이 없는 내 증상에 방바닥을 긁으며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내 증상을 호소한다. 스트레칭도 해보고 지압도 해보고 마사지도 받아보고 수지침으로 손가락에 피를 내기도 하며 겨우 겨우 속이 진정되었다. 핼쓱해진 얼굴로 사흘만에 일어났다. 얼굴이 누렇게 떠 있던 내가 혈색이 돌아왔다는 것을 확인한 후 친정엄마는 걱정스러웠던 마음을 푸는 대신 잔소리 하나를 던지신다.
급하게 먹을 때 알아봤다...
아니 그게, 한 놈은 밥상머리를 벗어나 돌아다니고 있고 한 놈은 생선 올려달라 숟가락을 내밀고, 한 놈은 반쯤 먹다 배부르다며 일어나길래 아이들을 챙기며 후다닥 이 밥그릇 저 밥그릇 남은 음식을 긁어먹다 생긴 일이다. 모처럼의 휴일날 아이 셋을 데리고 외출을 했다가 친정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간게 그리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쨌든 생존의 기본인 '식'생활에 문제가 생기니 그 연쇄효과는 결국 일상을 멈추게 했다. 기분나쁜 두통이 지리하게 나를 묶어놓을 때 나는 과학책 어느 부분에서나 보았던 인체 해부도를 떠올리며 하나의 튜브로 연결된 소화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상상해보곤 한다. 단단히 묶인 비닐 팩 안의 음식물들이 나오지도 못하고 요동치듯 뚫릴 기미가 안 보이는 이 속을 지퍼처럼 열어서라도 뚫고 싶은 이 마음을, 소화기관이 튼튼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내게 맞는 음식인지 확인해야 하고, 내 상태에 맞게 양을 조절해야 한다. 맛있게 먹는 사람 앞에서 장단을 맞춰주고 싶지만, 먹는 흥을 받쳐주지 못하는 점은 상당히 미안하지만 한 젓가락에도 조심스러운 소화능력 때문에 여전히 입 짧은 사람이 된다.
어쩌겠는가, 내가 딱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내가 살 길이고 내가 살아야 주변에 미안해지지 않는 걸. 모든 일의 경계(境界)는 그러해야 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