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둘 곳이 필요하다
엄마가 어디 갔는지, 왜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루 이틀 할머니 댁에 맡겨져 엄마 없는 밤을 보내야 했던 적이 있었다. 모처럼 과자 사 먹을 용돈이 손에 쥐어졌기에 엄마 생각은 뒷전이고 불쑥 신이 나는 날이기도 했다. 단 것을 실컷 먹고 더러워져도 씻어라 닦아라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어 자유롭던 마음. 이 마음도 잠시, 밤이 찾아오면 180도 달라진다. 엄마가 없다. 후줄근해진 매무새가 불쾌하고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가 불편하다. 낯선 곳이 주는 불안감과 불편감에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 무관심했던 장판이나 벽지의 무늬가 눈에 꽉 차게 들어온다. 규칙적인 패턴의 무늬를 훑으며 어느 한쪽에는 나만이 아는 표시를 해두기도 했다. 슬쩍 코딱지를 묻히거나 흠집을 내는 등의... 그것은 다음번에 더욱 친숙해질 나만의 영역표시다. 그걸 보면 안심이 되겠지. 엄마가 없는 다음 날은 하루 종일 기분 나쁜 일만 생겼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온 엄마를 반가워하는 것도 잠시지만 엄마는 존재만으로도 그렇게 넉넉했다.
엄마 보고 싶어~~~ 자다가도 꼭 한 번 깨서 내 곁에 눕는 아이들. 엄마가 아프면 병원 가야 해서 못 봐. 엄마 아프게 하면 안 되니까 아빠랑 자자. 잠들기 전에는 아빠의 권유에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자기 자리에 눕는 아이들이다. 벌써 다 커버렸다 싶다가도 베개를 안고 내 곁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영락없이 아이구나 싶다.
2년 전, 꼭 이맘때였다. 폐 선암 1기. 좌상엽 절제술. 9개월 둥이들은 석 달 동안 떨어져 지낸 때를 기억 못 하더라도 다섯 살이었던 첫째는 그때를 분명 기억한다. 하지만 엄마 아빠 없이도 큰아빠 집에서 너무 씩씩하게 잘 지냈다는 아이는 그때 일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기억에서 지운 듯 그 장소와 사람들을 잊은 채 했다.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그 공간을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견뎠을 마음을 살포시 헤아려볼라치면 마음이 찡 아프다. 그런 아이를 거두어 준, 그 가족에게도 참 고맙고. 정기검사로 서울을 올라가는 오늘, 검사가 많아 밤늦게까지 시터 이모와 지낼 세 아들을 응원한다. 늦게까지도 눈을 비비며 날 기다릴지, 찾지도 않고 자유의 날을 즐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