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을 따라
온몸이 불이 나듯 뜨거워질 때, 숨을 들이쉬었다 꾹 참아야 한다. 지구를 두 바퀴 돌아야 할 만큼의 혈관이 우리 몸에 있다더니 혈관을 타고 도는 주사액이 온몸을 도는 것은 단 1분 만에 가능한 것 같다. 복부와 흉부 CT촬영이 끝났다. 금식도 끝났으니 뭘 좀 먹어야겠다. 가벼운 식사를 하고 체혈실에서 혈액을 뽑고도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하고 힘든 일도 없다. 마지막 검사를 위해 감마 촬영실에 누웠을 땐 이제야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시간이 감사했다. 세 시간 전에 정맥 주사한 액이 전신 뼈에 집적되었고 손바닥이 아래로 향한 채로 꼼짝없이 누웠다. 이대로 잠이 들면 좋을 만큼 피곤했지만 뼈를 스캔하는 중이다. 낯선 진료과 이름만으로도 긴장했던 처음을 생각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누웠는 지금이 우습기도 하다. 지금 이후로도 예상 밖의 어떤 일이 불쑥불쑥 끼어들겠지만 이젠 좀 담담할 수 있을까. 담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혈관을 찌르는 주삿바늘이 언제나 아프듯 또 그렇게 아프겠지.
10분 정도 가만히 있으세요.
조용하다. 감은 눈 위로 밝은 빛이 왔다 갔다 한다. 촬영을 하며 모니터링을 하던 선생님이 어어 하는 소리를 낸다. 괜히 신경이 쏠린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아니, 뭔가 이상이 있으면 말씀을 하시겠지. 이상이 있는데 환자를 두고 신경 쓰이게 하진 않을 거야. 뼈를 스캔하고 있다. 내 생각도 스캔이 될까. AI 기술이 더 발달하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집에 닿기 전에 물 1.5리터를 마시고 내 몸속에서 배회하는 주사액들을 몽땅 빼 내 버리고 말리라... 촬영이 끝나고 생각이 끝났다.
조심해서 내려오세요. 수고하셨어요.
다른 말이 없다. 괜찮을 것이다. 뉴스에선 갑자기 증가세를 보이는 코로나 확산세를 보도하고 있다. 오늘 낮에 2학기 전체 등교를 학부모님들께 안내했는데. 뚜렷하지 못한 많은 상황들을 감안해 가며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 일에 피로감이 몰려든다. 전체 등교를 생각하고 구상하는 계획들은 또 물거품이 되려나. 코로나에 걸릴 확률에 내가 포함되지 않길 바라며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하여 모인 수많은 환자들. 코로나에 대한 긴장보다 지금 당장, 살아야 할 일이 중요하기에 이 시국에도 이렇게 모여 있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 때문에 우리 모두는 여전히 긴장과 바람 사이에 서 있겠구나. 또 선명하지 않은 2학기를 보내겠구나 싶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부모도, 방역과 돌봄과 교육 사이에서 갈등하며 아이를 맡는 학교와 교사도, 함께 있어도 맘껏 가까울 수 없는 아이들도... 어떻게든 지나갈 일이지만 아직은 희미한 이 시국에 나는 마스크를 쓰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