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태양이 눈부시군요

by 꿈꾸는 momo

장맛비가 잠시 멎었다. 푸른 하늘이 그리웠다. 아이들의 그림에 등장하는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는 나만 반가운 게 아니었나 보다. 마을 어르신들이 몽땅 기차 굴다리 밑 평상으로 마실을 나오셨는지 웬일로 할머니 집 근처가 북적거렸다. 햇살이 암만 반가워도 여름이니만큼 굴다리 만큼 시원한 그늘은 또 없다. 그 옆을 지나다 여러 번 고개를 숙인다.

계속된 비를 머금고 쑥쑥 자란 것들도 있지만 병에 걸려 시름시름한 것들도 많다. 탄저병이 번져 고추농사는 망쳤다고 누군가 투덜대는 걸 들었다. 그러나 저러나 오늘에라도 해가 쨍 하니 축축한 모든 것들이 일광욕을 하듯 몸을 말리고 있다. 초록빛을 내뿜으며 살랑이는 벼들도, 한쪽에 선 경운기조차 들떠 보인다.

아직 북태평양 기단이 올라오지 못했나 보다. 쨍한 날이라도 바람이 선선한 걸 보면 장마가 아직 끝은 아닌가 보다. 이런 날 집에 콕 틀어박혀 있기란 아깝고도 후회될 일이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한다. 할머니 집에 세워둔 오래된 자전거를 끌고 나온 아이는 제 자전거가 낡았는지, 작은지도 모르는 채 그저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축축하게 쳐졌던 기운마저 뽀송뽀송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눅눅했던 침구를 햇살에 오랫동안 말린 후에 느끼는 그 깔끄러움과 뽀송뽀송함처럼 말이다. 알이 여물어가는 석류도 해가 좋은지 입을 벌리고 웃는다. 담쟁이들도 온갖 수다로 시끌시끌하다. 온 동네에 생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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