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무지개를 보았다

by 꿈꾸는 momo

방학이다. 세 아이도 방학이니 결코 한가하지 않은 방학이지만 '방학'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평온하고 차분하고 정리되는 느낌이 좋다. 방학은 기대치로 높아지는 주가처럼 시작되기 전까지 상향가를 형성하다가 정작 방학이 되고 나면 하향가를 치며 쭉 떨어진다. 그래, 그렇지만 방학이다! 심심하다 주리를 틀며 엄마의 잔소리에 시달릴 아이들도 당장 오늘만큼은 "와~!"하고 함성을 지르고 떠난다.


개학한 지 얼마 되었다고 방학이냐 하는 학부모들 앞에서는 사실, 미안한 맘이 크다. 방학이 너무 긴 거 아냐? 이 말을 동료 교사들 앞에서 했다가 눈치도 받고. 마스크를 쓴 채 토해내었던 수고를 알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기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걸.


어쨌거나 한 학기 무사히 잘 지나왔다. 마스크를 끼고도 잘 버텨준 왼쪽 폐를 툭툭 위로한다. 폐호흡이 아니라 아가미 호흡처럼 헥헥대야 했던 것이 제일 힘들었다. 집으로 가는 퇴근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가 싶더니 해가 쨍 내린다. 무지개가 떴다. 쌍무지개다.


집에 가는 길 내내 나를 위로하듯 걸린 무지개를 보니 소녀처럼 기분이 좋았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기려나.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기분이 되어 꽃이라도 사서 집에 들어가자 했다. 아쉽게도 꽃 가게 문이 닫혔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다 다른 차를 긁었다. 내 차 뒷 문짝은 움푹 들어갔다. 상대방에게 25만 원의 수리비를 건넸다. 인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날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