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잘 받는 날

감정의 신호등은 불쑥불쑥 바뀐다

by 꿈꾸는 momo

하루아침에 싸늘해진 공기. 계절이 바뀌었다. 출근길에 꼭 얇은 재킷이나 카디건을 챙겨야 한다.


마음 쓰이던 아이의 문제를 부모님과의 상담으로 조금씩 조금씩 해결해가고 한결 편해진 마음이 되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꼬여버린 일들이 풀리기 시작하니 목소리가 높아지고 웃는 일이 많아진다.

사람 마음이란...


그런데 그 마음이란 게 참 우습다. 이번 달 실리는 잡지 원고를 우연히 점검하다 초안을 편집장에게 보내버린 사실을 발견했다.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졌다. 어쩌자고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보낸 걸까. 아니, 분명 수정하고 퇴고해서 메일로 보낸 것 같은데 같은 이름의 다른 파일을 보냈을까. 일의 과정이라도 이해하게끔 기억나면 좋겠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통편집된 기억처럼 말이다. 그 사실 자체가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도 하다가 그 글을 읽게 될 누군가에게 부끄럽기도 하면서 하루아침에 기분이 변한다. 인쇄된 잡지가 오늘 배달된다고 택배 알림이 뜬다. 망했다!


길게 우울할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다행히 하룻밤 자고 나니 괜찮다. 그것도 내 능력이다 싶고 경험이다 싶다. 아직 글을 한 편 쓸 때마다 스스로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무조건 계속 쓰기로 한다. 몇 개의 문학 공모전에 보낼 글도 마감했다. 오늘은 퇴근길에 우편을 부쳤다.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기분이 좋다. 퇴근길의 도로에선 지나는 데마다 딱딱 주행신호로 바뀌어준다. 빨간 불에서 절묘하게 바뀌어주는 초록의 신호는 어제의 우울을 날려준다.


빠른 비트의 음악에 덩달아 고개를 까딱 거리는 그 순간에 어젯밤 꽂아놓은 요구르트 메이커가 떠오른다. 오~! 이런 타이밍이라니! 꺼야 할 전원을 그대로 두고 24시간을 발효시켜 버린 요구르트는 괜찮은 것일까? 하~! 하고 웃어넘길 수밖에 없다.


이 변덕 심한 감정을 가진 인류의 삶이, 그래서 선현들의 글에서 "인생무상"으로 결론지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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