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진짜
왕할머니가 회복된 친정은 온기가 돈다. 차고 건조한 대기를 통과한 태양빛은 하늘을 더욱 푸르게 만든다. 구름산이 된 듯 유난히 몽실몽실하게 흰 구름도 가을의 자랑이다. 누군가는 빛의 반사 현상에 불과한 것이라 말할지 모르겠으나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이 짧은 계절의 아름다움은, 강렬하게 선명하다.
입을 쩍 벌린 채 통통한 알밤을 쏟아내는 밤나무를 올려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아이들. 곧 있으면 땅에 떨어진 알밤 주울 생각에 신이 난다. 지나던 밤나무 주인에게서 한 움큼 올밤을 얻은 아이는 자전거 바구니에 넣고 빠르게 페달을 밟는다. 삶기도 어중간한 양이라 앉은자리에서 껍질을 까 생밤을 아삭아삭 씹어먹었다.
마당 구석에 받아놓은 물에 몸은 못 담가도 두 녀석은 물장난에 심취했다. 갈아입을 옷이 부족하다는 것 따위는 자신들의 걱정이 아니겠지. 아직도 쉬를 제대로 못 가려 이미 새로 갈아입힌 옷인데,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녀석들의 저지레를 지켜본다. 뒤통수에 꽂히는 내 시선의 뜨거움을 전혀 모르는 듯한 녀석들. 그저 개구쟁이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계절만큼 여물어가는 곡식들과 온몸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곤충들의 소리가 요란하다. 풀밭을 거닐 때마다 튀어 오르며 도망치는 풀벌레들을 쫒아가느라 아이들도 바쁘고 소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