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힘들다

내게 맞는 여행

by 꿈꾸는 momo

이틀 밤을 집을 떠나 잤다고 어제부터 목이 따끔따끔거리고 머리가 무겁더니 밤새도록 끙끙 앓았다. 차가운 기운이 싫어 온수매트의 온도를 뜨겁게 높이고 스카프를 목에 칭칭 감고서 말이다. 아이들도 연휴의 피로에 단잠을 자는지 다행히 새벽이 고요하다. 수십 번도 넘게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묵직한 피로와 아픔을 견뎌낸다. 여행을 다녀온 후 남은 이틀을 또 이렇게 날렸다.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숙소를 예약하고 가는 세 아들과의 가족여행. 남들은 여행을 참 잘도 다니던데. 캠핑이든 뭐든, 시간만 되면 어디론가 훌쩍훌쩍 떠나는 그들의 가벼움이 부럽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몇 명이든, 몇 개월이든 여행을 가지 못할 이유는 아니더라. 하지만 내게 가족여행은 쉼이라기보다 아직은 짐인 것 같다.


피곤하게 놀았다 싶으면 꼭 배가 아프기 시작하는 첫째, 곧 3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기저귀 떼기가 어려운 과업인 둥이들, 생각보다 에너지가 없는 남편. 아이들이 폴짝폴짝 잘 놀아서 별로 하는 일이 없었는데도 모래투성이가 된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밥을 먹이고, 정리하고, 재우고 난 다음 이미 체력 방전. 잠자리가 낯선지 유독 칭얼대고 울며 깨는 아이들을 토닥이다 잠을 설쳤다. 자다 깨 울며 엄마를 찾는 아이들 때문에 잠을 깬 건 남편도 마찬가지. 뭐, 하루 이틀은 잠도 설치고 그러는 거지 뭐 하고 눈을 감지만 몸이 반응하니 문제다. 아닌 척 움직여보지만 결국은 손가락 까닥할 수 없어 눕고야 만다. 여행은 아직 힘들구나.


이틀을 쉬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동생들이 낮잠을 자는 사이, 첫째 아이가 산책을 가자고 조른다. 내가 종일 누워서 빈둥거리는 사이 코스모스가 화려하게 피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둑길에 잠시 쪼그리고 가을을 느낀다.


엄마 이제 좀 괜찮아졌어? 내가 좀 많이 도와줬지?


날 보고 좀 쉬라더니 청소기를 밀고, 동생들 간식을 챙기고, 손발을 씻기고, 동생들을 데리고 놀아주는 고마운 아이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칭찬을 받고 싶어 제 자랑을 하는 꼬맹이. 어쩌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네 남자의 배려를 받은 이틀 동안이 나에겐 오롯한 쉼의 시간이었다. 아이와 아무 계획 없이 근교를 걷는 이런 산책이야말로 내게 딱 어울리는 여행인 것 같다. 뭐든,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든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면 된다. 이대로 행복하면 된다.


여행과 여행 사이에서, 다음 여행에 대한 그림을 다시 그려본다. 우리 가족에게 꼭 맞는 여행, 내게 가장 어울리는 여행을.



매거진의 이전글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