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정말
지인에게 받은 구피 다섯 마리. 아니, 원래는 7마리였는데 산란을 앞둔 녀석들이 느닷없이 죽어버렸다. 남은 녀석들이라도 잘 커야할 텐데...
4월에 받은 치어들은 예상보다 잘 커주었다. 구피를 데리고 온 날, 쪼그리고 앉아 "물고기야 물고기야"하고 다정하게 불러대던 세 꼬맹이는 서로 밥을 준다 야단이었지만 결국 모든 일은 내 차지가 되었다. 오로지 살아있는 것을 키우고 싶다고 성화대던 꼬맹이들 때문에 가져온 구피건만...
어항의 물을 갈아주고 밥을 주는 일, 구피들이 잘 있나 살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거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히 키울까 하던 중 수생식물과 함께 키우는 어항을 발견했다. 물을 자주 안 갈아줘도 된다는 말에 솔깃했다. 구피들의 거처를 옮겼다. 정말, 어항은 일주일이 지나도 깨끗했다. 오예!
구피들의 거처가 안심되자 매일 주던 밥을 한 번씩 거르게 됐다. 그러다 2-3일에 한번 물고기들 밥을 줬나? 오늘은 저녁시간이 살짝 여유로와 어항을 한 번 갈아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밥을 안 준지 제법 오래 지난 것 같기도 하고.
구피들 잘 있나. 오랜만에 물 청소 해 줄게. 어항을 내린 순간, 바닥에 뒤집힌 구피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언제? 어제만 해도 잘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아니, 그제였나. 내가 언제 밥을 줬더라. 배가 고파 죽었나봐... 심히 충격이었다. 허연 배를 보이고 힘없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이 작은 사체에 마음이 어려워졌다. 조금 더 일찍 알아봐줬다면 죽지는 않았을텐데... 내 무관심이 이렇게 끔찍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살아있는 것을 살피고, 돌본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애착이 없이는 불가능한 거구나. 구피 한 마리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살아있는 존재들에 대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내가 돌보아야 할 존재들에 먼저 애정어린 마음이 깃들길. 그리고 그들을 살피고 도우는 일에 늘 부지런하기를.
이렇게 오래도록 답답한 2020년이, 구피와 같이 훌쩍 떠나버리는 것 같아 이상하고 먹먹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