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

새벽에 글을 쓰다니

by 꿈꾸는 momo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일어나니 3시다. 남편이 따뜻하게 자라고 설치해준 난방 텐트가 갑갑했단 생각이 들며 순간, 산소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폐암환자가 된 후로는 환기를 절대 생명으로 여기는 내게 이 난방 텐트가 갑자기 망자의 관처럼 여겨진다. 몸을 추스르고 한쪽 텐트 문을 다 열어젖힌 채,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다시 누웠다.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아이들을 어디에 데리고 가 놀아주다가 문이 닫히고 사람이 없어지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떤 장면들이 엉키어 누군가의 표정들만 기억이 난다. 꿈이 길다. 의사 복장을 한 가짜 의사가 환자들에게 이상한 약물을 주사하는 걸 보며, 진실을 말하기 위해 몸부림쳤으나 내가 없다. 관중처럼 볼 수만 있나 보다. 난데없는 유승준이 나와서 사람들을 웃긴다. 아기들이 여행용 트렁크에 가득하다. 공항인가. 어쨌든 그의 웃음에 반응해주며 주변에 앉아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섬뜩한 눈빛을 띄고 히죽히죽 웃고 있다. 깨어보니 5시 30분이다. 등이 함빡 젖어있다.


늘 그랬다. 꿈속에서는. 모든 진실을 알고 애쓰나 번번이 실패하는 주인공 나. 꿈속에서조차 영웅이 되지 않는. 그나저나 관심에도 없던 유승준은 왜 나왔을까. 잠깐 화면에 스치듯 본 그의 표정 때문이었을까. 그 수많은 아기들은 뭐고. 정인이 때문인가. 어쨌든 괴롭다. 이대로라면 출근은 할 수 있을까.


때마침 밤 사이 내린 눈과 비로 도로가 미끄러우니 운전을 조심하라는 재난 문자가 띵 울린다. 현실로 돌아온다. 몸을 일으키고 창밖을 내다보니 차가 다니는 길 말고는 눈이 조금 쌓여있다. 눈을 얹고 주차되어 있는 차를 보니 어제 지하에 주차하고 오기 참 잘했다 싶다. 눈을 보며 반갑지 않은 걸 보니, 정말 어른인가 보다. 어느새 아침식사와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구나. 꿈조차 괴로움 속에서 거닐던 내가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구피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