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길에서
어떤 언어가 아름다운가?
교대 재학 시절, 한 국어과 교수님께서 던진 질문 앞에 떠올렸던 단어들은 '별, 꽃, 꿈' 같은 것들이었다. '똥' 같은 단어는 절대 낄 수 없는, 이미지화된 언어들이 만든 선입견이었다. 그때,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이란 그림책은 내 선입견을 깨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아이들이나 읽는다고 생각했던 그림책 하나가 가슴을 뛰게 했다. 그 이야기가 어찌나 힘이 있던지 그림책과 아동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어떤 대상이 갖고 있는 모습이나 모양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서 흘러나와 타자의 마음에 만족을 주는 삶의 모습이자 이야기다. 그렇게 울림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좋은 작품들일 것이다. 나는 그런 울림을 아이들에게 직접 주지 못한다. 혹여 내 삶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그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모두에게 불가능한 일이라 본다. 하지만 작품은 가능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준다. 굳이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작품 그대로를 경험하며 마음에 힘을 쌓아간다.
그 힘을 믿기에 오늘도 책을 읽어준다. 28명의 아이들이 온전히 같은 마음과 모습으로 작품을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여전히 '듣기'가 어려운 아이도 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젓듯, 매일매일 읽어주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에 아이들의 현재와 만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그 이야기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