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온전하려면
국어 교과서에 자기 글이 실리는 건 싫다며 빼 달라 했다는 김영하 작가의 말에 키득키득 웃었던 기억이 있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이 난도질당하는 국어교육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밑줄 쫙, 별표 세 개!”로 작품을 분석하고 뜻을 외던 고등학교 국어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교과서를, 교육과정이 제시한 핵심역량과 성취기준을 기르기 위한 ‘교재’이자 ‘도구’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교과서 위주’로 차근차근 진도 빼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지면서 1-2학년을 위해 준비된 EBS 방송 역시, 교과서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었다. 교과서 흐름을 따라가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의 단원 구성 방식이 목표 중심 구성이기 때문에 오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중 하나가 문학 작품 원전의 축약으로 인한 문학성 훼손이라는 측면이다.
내용 체계상 ‘문학’으로 분류되어 다루는 단원을 제외하고 나면 작품을 온전히 다루는 단원은 드물다. 대부분의 작품은 국어과가 추구하는 어떤 성취기준을 담아내기 위한 도구로, 그 일부분이 발췌되어 실린다. '흉내 내는 말'이 무엇인지 배우기 위해 수록된 교과서 작품은 그 맥락과 감동을 전달하지 못한 채, 느닷없이 찢겨 괄호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물음표로 남겨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흉내 내는 말'을 찾기 위한 방법을 공부한 후 지문의 작품들에서 흉내 내는 말을 찾거나 고쳐보는 활동을 한다. 작품의 온전함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정답을 찾기 위해 글을 읽는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실린 작품은 ‘하나의 텍스트’ 일 뿐이다.
국어가 사고와 의사소통의 도구라면 국어 능력의 격차는 학습뿐 아니라 실제 삶에도 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국어 능력의 향상을 위해 폭넓은 국어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한데,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온전한 작품(이하 온 작품)으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읽기 유창성이 부족하고 맥락과 어휘의 이해에 한계가 있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읽어주는 일이 매우 유의미하다. 그것은 국어 능력 중 기본이 되는 ‘듣기’의 훈련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온 작품 읽기’ 활동을 소개하고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