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고맙다

by 꿈꾸는 momo

밤사이 내린 비가 아침에도 계속이었다. 햇살이 없는 아침은 어둡고 고요했다. 출근이 늦을세라 서둘러 나오는데 우산이 몇 개 안 보인다. 둥이들 우산은 챙겨 내놓고, 첫째 우산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휼아! 네 우산이 안 보여. 어떡하지? 아이는 중문을 열고 빼꼼 쳐다보더니, 언젠가 제가 만든 안전우산을 발견하고 가리킨다. 그거 내 껀데? 그거 가지고 가면 돼요 엄마. 이거? 투명 비닐우산에 알록달록 스티커로 꾸민 우산은 분명 살대 하나가 빠져 허술했는데... 이거 부서진 거 아냐? 아니야. 괜찮아. 그거 가지고 가면 돼. 아이가 씩씩하게 대답만 안 했다면 내 우산을 주고 나오려고 했다. 출근시간의 1분은 소중하니까, 내 의무는 다했다 싶어 얼른 나왔다.


하루 종일 비가 멈추지 않는다. 봄비다. 소리 없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긴장감도 살짝 떨어진다. 이런 날은 목이 더 아프다. 1학년들의 하굣길은 진땀이 나는 시간이다. 미로 같은 학교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방과 후 교실이 어딘지 모르는 아이, 오늘은 돌봄을 안 간다는 아이, 신발은 안 들고 준비를 다 했다고 섰는 아이... 게다가 들고 온 우산은 아이들의 손에서 버거운 도구가 된다. 책가방을 메고, 학원 가방은 질질 끌고, 신발까지 버거운데 우산을 챙기다 옆 사람을 찌를까 아슬아슬하다. 몇 번을 확인해야 한다. 그 사이 어떤 녀석은 훌쩍이며 울고 있다. 오... 마이... 교문 앞에는 우산을 들고 선 학부형들이 다른 날보다 더 북적이는 거 같다. 거의 다 왔다. 아! 선생님! 저 책가방이 없어요! 헐... 다른 아이들을 보내고 아이와 같이 종종걸음을 한다. 같이 가주지 않으면 헤맬까 봐 어쩔 수 없다. 어쨌든 흐린 날의 일과를 무사히, 마친 것 같다.


집에 오면 모든 긴장이 풀어져 털썩 주저앉는다. 아이들 하원을 도와주시는 이모가 한 마디 하신다. 휼이 우산 좀 사줘요. 태권도 학원에서 내린 아이의 우산은 망가져서 쓸모가 없이 되어 버리기 직전이었다 했다. 오죽하면 민휼이를 내려주신 관장님께서 이건 그냥 제가 폐기하겠습니다 했다나. 그때의 민망함을 전하시는 이모님... 도대체 그런 우산을 어떻게 쓰고 다닌건지 싶어 아이를 불렀다. 우산이 다 망가져 있었어? 어떻게 된거야? 아이는 반달눈이 되어 까르르 웃는다. 아니, 그게 있지. 돌봄에서 나와서 친구들이랑 태권도차 기다리는데 갑자기 어떤 차가 쌩 지나가는거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산이 확 뒤집어졌어. 아이고야. 안 부끄러웠어? 다 젖었겠네? 아니, 나도 웃고 친구들도 웃었어. 엄청 재미있었어. 아이는 그 기억이 아직도 웃긴지 숨 넘어가게 웃는다.


모두의 걱정을 뒤로, 씩씩하게 입학하고 혼자 학교까지 걸어가는 아이. 아빠의 출근길에 다같이 나오는 아침시간은 아이에게 너무 이르다. 빈 교실에 제일 먼저 도착한다는 아이의 말에 우리만 괜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아이는 씩씩하다. 참 고맙다. 우산 하나 제대로 못 챙겨준 것 같은 미안함은 까륵까륵 웃는 아이에게 고마움으로 바뀐다. 참 고맙다. 멋진 우산 하나 사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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