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엄마는 개구리를 싫어한다. 아니, 미끌미끌한 것들은 다 싫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엄마를 닮지 않았나 보다. 쪼꼬만 청개구리를 보면 서로 손을 뻗쳐 잡으려 아우성이고 고놈의 귀여움이란 우리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백과사전에 나왔던 토마토 개구리, 푸른 독개구리, 다윈 뿔 개구리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논두렁 사이를 헤매고 다닌 적도 있다. 물론, 방방 할머니와 말이다. 그런데 백과사전에서 본 개구리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 사는 종류가 아니라고 했다. 동생들은 "대한민국 말이야? 대한민국? 그럼 다른 나라로 가보자." 하며 당장 찾으러 갈 기세다. 다른 나라가 옆집이나 되는 줄 아는가 보다.
우리 할머니 집 근처에는 참개구리도 아니고 배가 빨간 개구리가 제일 많이 산다. 엄마는 그걸 무당개구리라며, 빨간 게 분명 독이 있을 거다, 절대 만지지 말라고 기겁을 했다. 그런데 방방 할머니는 "야가, 뭐라카노! 이렇게 이쁜 거를. 이건 비단개구리라는 거야."라며 참 이쁘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러면 동생들은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기, 손자, 며느리 노래를 한다."라며 틀린 노래를 부르곤 했다. 폴짝폴짝 뛰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생들이야 말로 개구리 같은 녀석들이다.
어느 날, 언덕 배기로 올라갔던 우리에게 정말 그런 일이 생겨버렸다. 호기심이야 말로 둘 다 비슷한 수준이지만, 날래기는 둥둥이가 단연 으뜸이었다. 그래서 자꾸 넘어지고 뒤쳐지는 쌍쌍이는 엄마가 챙기고, 폴짝거리며 뛰어다니는 둥둥이는 방방 할머니가 챙기는 쪽이었다. 혹여나 다리가 아파 업어달라 하기라도 하면 쌍쌍이 보다 좀 더 가벼운 둥둥이가 방방 할머니에게 맞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방방 할머니와 둥둥이를 보며 한참 밑에서 쌕쌕거리며 올라오고 있는 엄마와 쌍쌍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를 안 기다려주면 포기하고 돌아가버릴 것 같아서 내가 챙겨야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방방 할머니와 둥둥이가 사라진 거다. 나와 엄마, 쌍쌍이 셋이 언덕 너머로 내려가 다시 할머니 집까지 올 때까지 방방 할머니와 둥둥이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여기 그대로 있어!" 빨래를 널고 있는 할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우리를 돌아보았고, 엄마는 눈빛만 교환한 후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엄마는 한참 후에 돌아왔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이다. 그제야 방방 할머니와 둥둥이의 일을 알게 된 할머니도 역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변했다. 엄마는 갑자기 개구리 소년들이 생각난다며 훌쩍였다. "개구리 소년이 뭐예요?" 나는 개구리가 사람으로 변한 어떤 동화를 생각하며 물었다. 엄마는 자기가 어릴 때 개구리 잡으러 산으로 갔던 소년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도 못 찾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옆에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다그쳤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무서워서 추웠다. 하지만 방방 할머니가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텐데.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안되면 신고라도 해야지 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