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방망이
대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방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들어오셨다. "아이고, 더워라. 아가 머시 그리 날래노. 내가 애 먹었다." 그 뒤로 엄마가 둥둥이를 안고 들어오며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으, 냄새. 얼른 옷 벗자."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방방 할머니를 저만치 앞서 가던 둥둥이가 갑자기 길을 벗어나 큰 바위 뒤에 숨더라는 거다. 숨바꼭질하는 줄 알고 슬금슬금 다가가 "까꿍!" 하니, 둥둥이는 머리털이 삐쭉하니 서 눈꼬리가 올라간 채로 멀뚱멀뚱 쳐다보더란다. 별일이다 싶었는데 갑자기 둥둥이는 방방 할머니를 향해 "가! 가!"하고 소리 지르며 저만치 안쪽으로 달아나 또 다른 바위 뒤에 숨더란다. 볼일이 급한 게였다. 그즈음 쌍쌍이랑 둥둥이는 신호가 온다 싶으면 구석으로 숨어서 쥐 죽은 듯 조용하게 거사를 치르곤 했다. 물론 일찍이 기저귀는 뗐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얌전히 화장실로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토끼똥만 한 걸 지리고야 응가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때론 팬티에 그대로 실수를 하여 엄마에게 번번이 잔소리를 듣곤 했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것이 빠져나가는 것을,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아직은 받아들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화장실도 없는 밖에서 이런 신호를 느꼈으니 둥둥이도 꽤 난처했을 것 같다.
방방 할머니 말로는 안간힘을 쓰고 도망가던 둥둥이가 숲 안쪽으로 서너 번 정도 더 들어가서야 얌전해졌다고 했다. 더 이상 도망갈 힘이 없었나 보다. 둥둥이는 절구 방망이 만한 똥을 쌌다고 했다. 그건 뒤처리를 하는 데 있어 다행이었다고 했으나, 절구가 뭔지 모르는 나로서는 야구 방망이가 떠올라 무엇이 다행이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럼 똥 방망이를 숲에 두고 온 거네?" 내 말에 모두들 키득키득 웃었다. 마당 한구석 수돗가에서 엄마가 둥둥이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있을 때였다. 둥둥이는 발가벗은 엉덩이를 씰룩이며 "똥 방망이 뚝딱!"하고 대야의 물속에서 첨벙거렸다. 거사를 치르고 난 뒤 힘이 없다며 방방 할머니 등에 업혀 온 둥둥이는 저 혼자 팔팔한 듯 보였다. 마루에 풀썩 앉아 땀을 식히던 방방 할머니는 "요놈아! 니 똥 방망이 구리구리다~!"하고 대꾸했다. 나는 그날 밤에 똥 방망이를 든 도깨비 꿈을 꾸었다. 누군가 둥둥이의 똥 방망이를 발견하면 왠지 행운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