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못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교육청에서 기획한 사업에 참여하여 인문학 관련 도서를 집필하게 되었다. 물론 몇 분의 선생님과 공동 저자로 출판하게 되지만 이것도 내가 성장하는 기회라 생각했다. 다섯 편의 원고가 마무리되고 최종적으로 외부의 검토위원(누구인지는 모른다)에게 넘겨 검토를 받았다. 내 글을 읽고 긍정이든 부정이든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오히려 날카롭게 지적받고 더 좋은 글로 거듭날 기대가 컸다. 검토 의견서가 메일로 왔다. 죄다 혹평이었다. 칭찬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이런 혹평을 받을 만큼 내 글이 엉망진창인가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인간의 모든 인식능력이 동원되는 이성과 감성을 울리는 글이기보다는 신변잡기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삶에 관한 이야기, 전인적인 모습을 깊게 담고 있지 않다.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와 주제였으면 한다."그의 총평과 함께 5편 원고에 대해 짤막하게 이어지는 조언들은 한동안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000의 원고 앞부분, 뒷부분 수정 및 삭제. 이런 식이었다.
어떤 맥락도 없이 던지는 그의 짧은 문장들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이것은 비평인가, 비난인가.
납득이 되는 조언이 아니었기에, 그의 조언대로 수정하거나 삭제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그 비평의 여파는 은근히 오래 남아서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내 검토의견서를 본 공동집필자들은 나보다 더 분개했지만. 배려와 존중 없이 기록된 그의 문장과 맥락도 없는 조언은 신경 쓸 가치가 없다 생각도 했지만.
비평은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게 하는 자극과 용기의 한 마디라면, 비난은 뛰던 아이도 넘어지게 만드는 걸림돌인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다시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