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시작된다

by 꿈꾸는 momo

마음을 놓고 잠에 빠지면,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못 일어날까 봐, 알람을 맞추고 이른 밤부터 잠자리에 눕는다. 그러면 오로지 알람에 의지하면 될 것을, 내 정신은 알람을 신뢰하지 못하나 보다. 몇 번이고 깨는 새벽의 어둠 속, 올빼미처럼 부리부리한 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춥다. 하루아침에 그렇다. 찬 공기가 닿는 피부가 시리고 거칠다. 바닥의 온도를 높이고, 옷을 한 겹 더 껴 입고 나서야 숨이 가라앉는다.


생각이 많은 계절이 왔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에 몸을 일으키는 것은 묵직한 긴장감을 더하고, 덩달아 생각이 내려앉는다. 바삭바삭 마르다 더는 못 견디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생을 한번 살피듯,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병원 좀 가보라는 딸의 말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허리도 계절을 탈 텐데. 작년에 설핏 입에 올리시던 온수매트를 알아보고 주문해야겠다. 갑상선 암 수술을 한 근자 언니는 지금 어쩌고 있을까. 대부분 파닥파닥 몸부림치듯 사는 누군가의 걱정들이다.


누구야 어떻든 세월은 흐르고, 누구야 어떻든 하루를 시작한 이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사랑으로 충만해 환희를 안고 출발하는 하루든, 돈벌이를 위해 억지로 일어서는 무거운 하루든, 시시하고 재미없는 연장선의 또 하루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낯설게 서 있는 하루든, 모두에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혹은 예상도 없이 새로운 하루에 이별을 고하는 이가 있을지도. 그 이를 보며 황망할 누군가의 하루 또한 어김없이 시작된다.


하루를 시작하는 감정을 누가 알아주지 못한들 무슨 소용이랴. 그런 하루가 쌓이며 나와 당신이 커가고, 그런 시간이 엉켜 우리를 지탱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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