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드는 생각
설거지를 하려다 식기들을 모조리 식기세척기에 넣는다. 넓은 면을 가진 접시들과 옴팡한 식기들은 사실 세척기가 없어도 될 만한 것들이다. 오히려 들어가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들이 곤란한 설거지 거리가 아닌가. 플라스틱이 사용된 수저와 아이들 식기, 물통, 약통 따위... 먹다 남은 것들이 묻은 식기들은 금방이라도 파리가 꼬여들 것처럼 지저분해 보인다. 입맛을 자극하며 눈을 끌던 식탁 위의 처음과는 대조적이다. 사람이 남기는 흔적들은 왜 이다지도 절망적인가.
맛이 괜찮지? 며칠 전 유명 국밥집에서 주문한 것이라며 배달된 돼지국밥을 먹으며 남편이 물었다. 즐기는 음식이 아니라 의미 없이 끄덕였던 국이 냄비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한 끼는 먹을 수 있을 만큼 남아있던 국을 끓였다 식히기만을 몇 번 반복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버리게 되는구나. 즐기는 사람이 찾지 않으면 쓰레기가 되는 현실. 음식이든, 문화든... 콘텐츠가 풍부한 21세기에 나는 어떤 것에 '마니아'인지, 내가 갖고 있는 어떤 것은 '마니아'층을 만들 만큼 독특한 매력이나 전략이 있나...
단순히 '사랑'따위의 정서적인 표현을 앞세워 교단에서 나름 열심을 다했던 내 교직생활을 한번 들여다본다. 내가 열심을 다해 가르친 것들은 한순간의 소비로 끝나 쓰레기만 남기고 있던 것은 아닌지, 누군가의 삶과 생각을 질적으로 바꿔줄 만큼 '필요'한 것인지를, 문득 생각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