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글을 썼으면 좋겠어
아이의 뒷모습이 움직인다.
한쪽 벽에 비스듬히 어깨를 기댄 채 벽을 쓸면서 다니는 아이.
단정치 못한 옷차림과 걸음걸이가 내 눈에 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아이는 언제나 어딘가에 들러붙어 있다.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 얼굴만 보이기도 하고
엉덩이를 쭉 빼고 엎드려 당장에라도 넘어질 듯 책상에 붙어있다.
뼈가 진짜 물렁한 것 아닐까.
아이가 훑고 지나간 벽에는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처럼 끈적한 것들이 묻어있다.
내게 온다.
나를 불러놓고 말을 안 한다.
보풀이 인 마스크. 나는 새 마스크를 꺼내서 채워준다.
촐랑촐랑 뛰듯 가버린다.
내게 온다.
나를 불러놓고 말을 안 한다.
저를 봐달라는 건데. 보고만 있어도 지친다.
너의 그 허기진 마음을 누군들 채울 수 있을까.
자리에 앉으라 한다. 지금은 수업시간이야.
아이는 꿈틀대는 애벌레처럼 또 벽에 붙었다.
끈적이는 것들을 내어 놓는다.
매일 흔적을 남긴다.
아이가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 너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아이.
그림일기를 써왔다. 밤바다에서 본 해파리 이야기다. 놀랍다는 마음을 썼다.
오! 너무 멋지구나. 정말 잘 썼다.
바닷가에 사는 아이. 외로운 아이가 해파리를 보고 섰는 모습을 상상한다.
네가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어. 나는 몇 번이고 그렇게 이야기한다.
여덟 살 아이의 눈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