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학교

난리

오늘 같은 날

by 꿈꾸는 momo

백신 접종을 하는 날이다. 최대한 마음을 가볍게, 그리고 몸이 피곤하지 않게 수업하기로 하며 출근했다. 오늘따라 우리 꼬맹이들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잘 듣는구나. 10분이 흘렀나. 안내를 제대로 못 받았는데, 전체 불소도포 차 보건소에서 나오셨다. 지난번에 검진하고 치료한 거 아닌가요?? 아니, 이번엔 전체가 하는 거예요. 흰 가운을 입은 낯선 두 사람이 들어온 것만 해도 교실은 시끌벅적해졌다. 집중을 시키고 설명을 듣고 불소도포를 진행했다. 안 하겠다고 징징대는 아이, 저거 하나도 아픈 거 아니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아이, 이때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한 후 자리에 앉히지만 이미 안드로메다로 간 집중력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그렇게 1교시가 지났다.


한 아이가 토했다. 비위가 약한 모양이다. 아이야... 나도... 비위가 약하지만... 아이의 마스크를 벗기고 닦인 후, 토사물로 뒤덮인 자리를 정리한다. 여벌 옷이 없다. 전화를 해야 하는데. 폰이 안 보인다. 차에 두고 내린 모양이다. 급히 안전교육 영상 하나를 틀어놓고 주차장까지 달린다. 차 문이 안 열린다. 바보! 가방에 차키가 있잖아. 다시 교실로 달린다. 30도를 넘는 서관을 오가는 동안 땀이 흐른다. 어렵게 연락이 닿고,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오셨다. 한 아이가 또 토한다. 침을 안 삼키고 모으고 모으다 마스크에 뱉었다. 씻기고 정리하는 동안 급한 전갈이 온다. 코로나 확진자가 떴다는 문자와 함께 해당 마트를 방문한 사람은 선별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다. 전화가 오고 한 아이가 나가고, 전화가 오고, 또 나가고... 서너 명의 아이들이 가방을 정리해 나가는 동안 교실은 정글이 된다. 띄엄띄엄 빈자리가 생긴 급식소에서 아이들과 밥을 먹는데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밥 먹는 걸 포기한다. 선생님, 우리 애가 마스크 줄을 안 챙겨 왔네요. 챙겨봐 주세요. 아까 토한 아이의 엄마가 부탁한다. 앗! 그거는... 마스크와 안경, 옷과 책상, 바닥에까지 뒤덮인 토사물을 정리하다 잠깐 멈칫하긴 했었다. 마스크 줄을 빼고 씻을까 말까. 남은 아이들의 난리통에 바로 포기하고 마스크와 함께 쓰레기로 처리했는데... 죄송해요. 급하게 정리하다 그것까지 같이 처리해버렸네요. 세심하게 처리하지 못한 담임이 된다.


다섯 명의 빈자리. 아이들의 마음이 들썩이나 보다. 더위를 부채질하자며 색종이로 부채를 만든다. 난이도가 낮은 거라 즐겁게 만든다. 한 아이가 운다. 친구들이 왜 그러냐 물어본다. 그런 친구들에게 저리 가라 고함을 지르며 운다. 오늘도 시작이구나. 교실 밖을 안 나가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다가가 묻는다. 뭐가 잘 안 됐구나. 어려움이 있을 땐 도움을 요청하는 거야. 울거나 던지면 안 돼. 내팽개쳐진 색종이를 주워 다시 해보자 한다. 자기가 원하는 색깔이 밖으로 안 나왔단다. 그래, 그럼 다시 하면 되지. 시범을 보여주고 남은 걸 해보라고 권한다. 울음을 멈춘다. 배가 고프다. 아직 한 시간이 더 남았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얼른 정리한다. 접종시간이 30분 남았다. 내일 할 수업을 적어놓고 부랴부랴 접종장소로 출발한다. 접종하기 전에 진이 다 빠졌다. 주사는 하나도 안 아프다. 15분을 관찰해야 한대서 앉았다. 할 일이 없어 글을 쓴다. 모처럼 글을 쓴다. 이게 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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