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학교

안녕

불면, 그리고 조금의 위로

by 꿈꾸는 momo

함박눈이 내렸고,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 세 아들과의 쉼 없는 주말을 지내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방학이다. 괜찮은 척했지만, 몸은 괜찮지 않았던지 소화불량과 두통으로 신호를 계속 보내던 차였다. 할 수 없이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예약해 두었는데, 거짓말 같이 괜찮다. 신경성인가. 난 꽤 쿨하고 무던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예민한 사람 쪽에 가깝다고 느낀다. 하긴, 누가 예민하고 싶어서 예민할까. 때마침 인사이동을 희망하며 쓴 내신 순위가 발표 났는데 무려 100등이다. 100이라는 게 점수라면 좋으련만, 긴 휴직 끝에 쌓아둔 것 없는 점수는 희망한 지역 문턱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질 판이다. 뭐 또 이런 이유에서인지, 집안 구조를 바꾸며 내 잠자리를 안방으로 옮겨놓은 탓인지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네 남자의 숨소리를 들으며 뒤척이다 그냥 나왔다. 일단은 빈대처럼 바닥에 딱 붙어 며칠 빈둥대고 싶건만, 잠마저 날 반겨주지 않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방학이니 다행일밖에.


달려온 1년 동안 모두가 힘들었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툭툭 칭찬과 위로를 보낸다. 잘 견뎌주었다. 막판의 얼마간은 몸도 마음도 고생스럽긴 했으나, 어느 이쁜 꼬맹이가 슬쩍 던져 주고 가는 쪽지에, 헤어지기 싫다며 몇 날 전부터 안겨 징징거리는 녀석들의 표현이 괜스레 힘이 되기도 했다.


다시 한 해 더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시작! 하라고 하면 솔직히 무섭다. 매일 전체 등교였기에, 안정적으로 아이들의 학습과 상황을 파악하며 지도할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늘어난 만남의 횟수만큼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나 문제 상황도 늘어난다. 마치 억눌렸던 아이들의 마음이 지뢰밭처럼 곳곳에서 터진다. 그걸 보듬고 수습하느라 안간힘을 쓴 탓인지 가슴통증이 찾아온다. 붕 떠밀려 간 듯한 2020학년도. 쓱 만지면 사라질 듯한 모래그림 같은 해였다. 안녕, 안녕!

여전히 숨 가쁘게 이 시국을 견디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그저 안녕을 외친다. 온전히 지옥 같은 삶은 아니기를, 곳곳에 작은 위로가 툭툭 던져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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