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학교

마음이 납작해진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지만

by 꿈꾸는 momo

28명이 와글거리는 교실. 7:30분에 집을 나서서는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까지 물 한 모금 마실 틈이 없다. 아니, 물 마실 생각을 못하고 지나가는 거겠지. 화장실 가는 걸 참다가 방광염 걸렸던 기억에, 스스로를 잠깐 멈추고 종종걸음을 한다. 하루가 정말 빠르다. 일주일이 금방이다.


퐁당퐁당 다니던 학교라 그런지 아이들에게 학교란 곳에 대한 인식은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것 같다. 미리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자기네들끼리 하는 이야기론 내가 1도 무섭지 않은 선생님이라나. 무섭지도 않은 선생님 말을 들으며 수업시간에 앉아있는 꼬맹이들에게 새삼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다. 엄마 우리 선생님 좋아~ 하고 표시해주는 녀석들도 있지만 항상 그 반대편의 감정으로 줄다리기를 하게 되는 아이나 학부모님이 있다는 사실. 마음이 납작해진다.

'안 되는 아이들'은 그냥 제쳐 두라지만 나는 그게 안 된다. 성격이다. 계속 눈이 가고 입을 대고 어떻게든 해보려 애쓰다가 내 몸은 물론 마음까지 상하는 접경에 와 버린다. 왜 꼭 이런 녀석들의 실내화는 반쯤 벗겨져 있을까. 복도를 걸어 다닐 땐 들으라는 듯 타박타박 뒤꿈치를 굴린다. 가끔씩 책상 서랍 속에서 때 묻은 양말이 한 짝씩 나오기도 한다. 책상 주변은 폭탄 맞은 것처럼 어지럽다. 물어뜯은 손톱은 짧고 그 주변은 껍질이 벗겨진 피부가 벌겋게 보인다. 입을 벌리고 있는 책가방 안은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쉬는 시간과 공부시간의 종소리가 무의미하다. 2학년인데. 중2도 아니고 초2. 안 되는 일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게 맞는 건지, 어떻게든 아이를 함께 도우자 연락을 하는 게 맞는지, 학부모와의 상담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불현듯 걸려온 선생님의 발신전화 표시가 얼마나 두근거리게 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선생님의 어려운 말 한마디에 수긍을 하면서도 마음 한 부분이 납작해지는 걸 알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꽤 수고했다. 바쁜 일상의 지속됨에 글 한 줄 제대로 쓸 시간이 없지만, 오늘은 멍하니 앉아 나 자신을 토닥거려본다. 납작해진 마음이 도톰 해지는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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