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학교

실패감

이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by 꿈꾸는 momo

출근시간에 듣는 라디오 채널을 바꿨다. 시사뉴스에서 클래식으로. 일렁이는 마음을 음악에 기대어본다. 한동안 내 우울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불쑥불쑥 현기증이 났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틀린 것 같아서 혼란스럽다. 긴 공백 기간도 상관없이 학교현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 업무, 학급 업무, 수업...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교육에 대한 관점이,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태도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이 되면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 어느 때보다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애들한테 너무 신경 써 주지 마. 그래도 고마운 줄도 몰라. 따라오든 못 따라오든 그냥 교과서 진도에 맞춰 착착 나가고 애들 데리고 좀 놀면 돼. 안 다치게 잘 데리고 있다가 한 해 올려보내는게 제일이야.


복직을 하는 내게 조언하는 동료 교사와 친구들의 말이 현실인가 싶다. 내가 현실을 너무 몰랐나 싶다. 불안감이 높고 안정되지 못한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가 한 명은 상담센터로 연결하고 한 명은 장학금 지원으로 태권도 학원에 등록시키고, 학습부진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따로 지도를 했다. 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을 훑고 대단원들의 큰 그림을 그리고 다시 수업을 설계하여 주제별로 묶어 진행했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공되는 자료와 경험을 통해 스스로 '배워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배움' 안에는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고리들이 있어 마음을 건드려 주기를 바랐다. 아이들이 느끼고 경험한 것들로 소통하면서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기를 원했다. 너무 이상적이었나... 지금이 코로나 상황이라 매일 만나지 못해 그런 걸까.


우리 선생님 너무 열심히 하신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시는 학부모님들도 있었지만 그 '너무'라는 수식어가 불안하게 느껴졌을 때부터 다시 점검을 했어야 했다. 소통을 위해 학부모님과의 학급 방을 운영하며 매일 진행되는 활동 속 아이들의 반응들과 결과물들을 올렸다. 아이들이 즐겁게, 잘하는 것만 올렸으면 괜찮았을 것 같다. 때론 수업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들이나 아이들의 문제행동까지 피드백했다. 수업과정의 흐름과 분위기, 그 속에서 겪었을 교사의 감정을 이해하지도 못할 학부모들에게 그런 글은 '혹시 이 문제행동이 우리 아이일까?' 하는 불안과 교사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큰 일'이 아니면 모르고 지냈던 때보다 불편한 일이었던 것 같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밤잠을 설칠 정도로 심란한 일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마주 앉은 한 아이 어머니의 얼굴에서 느꼈던 그 수많은 감정들을, 그리고 눈물을 보면서 손에 힘이 풀렸다. 힘겹게 쥐고 있던 모래알들이 좌르르 흘러내리는 것 같다.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수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틀린 글자를 지우개로 쓱쓱 지워 새로 쓰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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