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이제
남편은 그랬다. 우리가 없는 동안 그냥 호캉스다 생각하고 푹 쉬어. 세 아들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내 처지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 섞여있는 말투. 호캉스?! 잠시 그렇게 생각도 했다.
아이들을 보내기까지 짐을 챙겨 보내놓고 좀 쉴만한가 싶었지만 방역을 끝낸 집안의 물건을 닦고 음식은 버리고 옷가지며 이불을 세탁하는 모든 일이 내 일이었다. 이제 좀 쉴 수 있으려나 했지만 접촉자의 근심과 추가확진자의 연락으로 이틀동안 내 휴대전화는 불이 났다.
격리중인 가족들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다 보니 일주일이 훌쩍 지났고 이제 좀 여유로운가 싶으니 남자 넷이 내일 아침 퇴소다. 집에서 사흘 더 자가격리를 해야한대서 나는 또 빈집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먹을 짜장을 만들고 불고기를 절여놓고 생선과 간식거리를 냉장고에 채워놓고 나니 하루가 다 갔다. 어제부터 울기 시작한 아이가 며칠만 더 잘 버텨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랄까...식탁 위에 과일을 잔뜩 담아놓고 쌀은 씻어 예약취사 가능하게 해 놓는다.
짐을 다 싸놓고 누우니 너무 하다 싶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거지? 물론 좁은 공간에서 오롯이 세 아들을 챙긴 남편은 나와 정반대였겠지만.
들개처럼 크고 있다는 아이들을 격하게 반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우리 가족의 격리생활과 동시에 황금같던 방학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야속하다. 그래도 집안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썩들썩해질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자, 그럼 이제 마지막 남은 3일이라도 푹 쉬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