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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로의 초대

모험과 유혹 속으로

by 꿈꾸는 momo

지구 한쪽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가까운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대고 오미크론의 습격에 모두의 마음이 들쑥날쑥한 이때. 극강의 접전 속에 20대 대통령이 탄생했고 강원도에 난 산불은 뒤늦은 봄비에 겨우 잠잠해졌다. 혼란과 피곤이 밀려온다.


올해 만난 아이들은 참 협조적이다. 학년에서 가장 힘들다는 아이는 다행히 내 눈에 그저 아이로 보일 뿐이다. 한 가지 규칙도 수백 번 반복하고 읊조려야 했던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5학년 아이들을 만나니 천사들을 만난 것 같다. 비록 3월의 긴장감이 아이들에게 마력으로 작용하는 것일지 몰라도 아이들은 대부분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수긍하며 협조적이다. 그렇지만 돌아가며 확진과 격리를 반복하는 상황들이 생기다 보니 수업 진행에 난관을 맞게 된다. 학습격차가 최대한 안 나게 진행하면서도 의미 있는 배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해 비슷한 구조로 수업을 하게 되지만 똑같은 수업은 될 수 없다. 만나는 아이들의 수준과 상황과 흥미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민을 했다. 아이들은 학교를 오고는 있지만 불안해한다. 아침마다 감정 체크를 하고 있는데 불안하고 짜증이난 다는 아이들이 절반이다. 대부분 코로나 때문이다. 어제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행동하는 것도 아이들에겐 힘들다. 새 학기의 설렘과 기대를 풀어내던 아이들의 말이 하루 이틀 만에 슬프게 변했다. 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뭘까. 어른들이 겪는 혼란과 불안을 동일하게 아이들에게 전달하거나 겪게 하고는 싶지 않았다.


판타지 속으로 데려가자.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꺼냈다. 해리포터로 수업을 할까 아님 전청당은? 하다가 인물의 다양한 성격과 서사가 흥미롭게 엮여있는 나니아 나라 이야기로 정했다. 매일 읽어주기로 했다. 한 챕터를 읽는데만 15분이 걸렸지만 아이들은 잘 들었다. 하루 이틀 사흘... 점점 판타지 세계로 빠져드는 아이들. 물론 나오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녹음한 파일을 보내주었다. 읽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이야기 자체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옷장에서 이어지는 신비한 세계로의 모험을 끝내고 나면 아이들은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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